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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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회사 쌍방울이 그룹으로 성장한 과정은 코스닥시장 머니게임의 변천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조폭 출신으로 알려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십수 년 전 무자본 인수합병(M&A)에 자금을 대주던 사채업자였다. 2010년 경영권을 쥔 쌍방울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쌍방울을 발판으로 광림 SBW생명과학 등을 연거푸 인수해 상장사 8곳을 거느린 그룹 회장이 됐다. 전환사채(CB)를 찍어 무자본 M&A를 거듭해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CB 공장’ 1세대다.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김 전 회장과 ‘한 몸’이다. 쌍방울 주가 조작도 함께했다. 그는 김 전 회장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답습했다. 2018년 KH전자 경영권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KH필룩스 등 상장사 5곳과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알펜시아리조트까지 손에 넣었다.

쌍방울·KH그룹을 벤치마킹하는 신흥 회장님도 많다. 여배우 박민영 씨의 전 연인이자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비덴트 등 3개 상장사를 순환출자로 지배하면서 2년 만에 8000억원 가까이 조달했다.

무자본 M&A 시장의 전주(錢主)로 통하는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원 회장은 초록뱀 계열 상장사 4곳을 거느리며 다양한 무자본 M&A 관련 CB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쌍방울, KH그룹, 초록뱀, 빗썸 테마그룹 등 네 개 그룹이 거느린 20개 상장사는 그동안 시장에서 3조4814억원을 조달했다. 이 중 CB 발행 금액만 1조7758억원이다. 반면 이들 상장사의 전체 시가총액은 1조8949억원에 불과하다. 개미 투자자만 피해를 본 셈이다.

이동훈/조진형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