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경에세이] 추억이 필요한 시대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2022shp@semas.or.kr
    [한경에세이] 추억이 필요한 시대
    대전천 앞을 지날 때마다 옛 생각에 잠긴다. 겨울철마다 이곳은 스케이트장 겸 썰매장으로 변신했다. 강가에 가마니를 대어 만든 것인데, 개구쟁이들의 멋진 썰매 경연장이 되고는 했다. 천변 작은 손수레에선 즉석 토스트를 팔았다. 신나게 놀아 허기진 탓이었을까. 투박하지만 푸짐했던 토스트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말 그대로 ‘추억의 맛’이 됐다.

    이제 토스트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더 푸짐하고, 위생적이며, 완성도 또한 높다. 기호에 따라 원하는 걸 첨가해 먹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추억의 맛’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프라이스워터쿠퍼스)에 따르면 소비자의 73%는 소비하는 과정에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또한 좋은 경험을 제공받는다면 제품에 따라 최대 16%까지 추가 비용을 낼 수 있다고 했다. 필자로 따지자면 ‘즐거웠던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평범한 토스트가 특별한 추억의 맛이 된 것이다.

    정부와 공단은 이런 추억의 맛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30년 이상 운영해온 업체 중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백년가게’를 선정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30년 이상 된 소상공인이 100년 이상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사업이다.

    백년가게에 선정되면 인증 현판이 주어진다.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매장 환경부터 작업환경 개선, 홍보까지 경영 환경 전반에 도움을 준다. 백년대계의 동력을 주는 것이다. 현재까지 1300여 개 점포가 백년가게로 등록돼 운영 중이다.

    대개 업력이 긴 백년가게는 가업승계라는 특징이 있다. 단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오던 곳에 이제는 자녀와 함께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세대를 넘어 점포는 가업을 이어가고, 손님은 추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흔히 불황과 복고는 함께한다고 말한다. 힘든 시기일수록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지나간 유행의 음악이나 패션이 돌아온다는 논리다. 최근 한 상점가를 지나가다 우연히 최신 유행가에서 귀에 익은 멜로디를 들었다. 1970년대 음악을 샘플링한 노래라고 한다.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론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금 추억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일까. 위로가 필요한 시대, 모두에게 추억을 떠올릴 마음의 여유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새로운 시작에 서 있는 젊은이들에게

      오늘은 절기상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다. 매년 추위가 시작되는 이맘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주 치러졌다.필자는 수능과 관련된 여러 뉴스 보도를 접하며 12년 고생의 ...

    2. 2

      [한경에세이] 여성의 네트워크가 중요한 까닭

      한국에 있으면서, 나는 매우 성공한 여성들을 많이 만나왔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국내 여성들의 상황은 실제로 어떠할까? 우선, 나이와 경력에 따른 차이가 크다. 또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한국에서 여성은 여전히 남성 중...

    3. 3

      [한경에세이] 친구

      오랜만에 군대 동기 둘을 만났다. 제대 후 필자의 결혼식에 와서 보고 처음 본 것이니 물경 27년 만이다. 20대 중반에 군대를 갔으니 머리가 굵을 대로 굵었지만, 우리는 육군 3사관학교에서 6개월간 생사고락을 함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