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역량을 증폭시켜라…1000% 성장도 꿈 아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소니, 어도비 등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둔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웨어하우스 기업이다. 고객사 조직에 흩어져 있는 각각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통합·조정하는 솔루션이 주력 사업이다. 상장 전 워런 버핏의 투자를 받았고, 2020년 9월 상장과 함께 시가총액 700억달러(약 92조원)를 돌파할 정도로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20일 스노우플레이크를 이끄는 프랭크 솔루트만 최고경영자(CEO·사진)에게 경영 철학과 회사의 성장 비결 등을 들어봤다. 솔루트만 대표는 2019년 4월부터 스노우플레이크를 이끌며 기업 가치를 열 배 이상 끌어올렸다. 인터뷰는 솔루트만 대표가 쓴 경영전략서 <한계없음>의 국내 출간을 계기로 이뤄졌다.

솔루트만 대표의 경영 철학을 한 문구로 정리하면 ‘증폭하라(Amp it up)’다. 임직원과 조직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게 CEO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솔루트만 대표는 “임원이 ‘향후 2년간 매출을 30% 올리겠다’고 보고하면 나는 ‘왜 1000% 성장하려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며 “목적지향적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명확한 임무를 주고 미션의 우선순위를 정하게 하는 것을 기업을 성장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솔루트만 대표는 “직원들에게 ‘남은 기간 동안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뭔지’에 대해 계속 물어야 한다”며 “진짜 중요한 게 뭔지 깨닫고 자원을 올바른 방향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솔루트만 대표가 일반적인 경영자와 크게 다른 건 전략보다 실행(영업)을 중시하는 점이다. 그는 “전략을 일단 실행에 옮겨봐야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며 “훌륭한 전략은 과거의 잘못을 딛고 나온다”고 강조했다. 전략을 담당하는 별도 조직이 없는 것도 스노우플레이크의 차별점이다. 솔루트만 대표는 “사업 임원이 전략도 담당하고 대표가 회사의 최고전략책임자를 맡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조직 문화와 관련해선 “고객 성공과 직원 성과를 연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스노우플레이크는 자사 서비스 사용 시간에 비례해 고객사에 요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솔루트만 취임 전에 영업 직원들은 계약 건수에 따라 성과급을 받고 있었다. 계약이 성사된 이후에는 영업 직원들이 고객사를 덜 신경 쓰는 일이 벌어졌다. 솔루트만 대표는 “성과급을 고객의 사용 시간에 연동되는 구조로 바꿨더니 매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CEO 역할에 대해선 직원들로부터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승리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솔루트만 대표는 “고객 가치에 집중하고 규율 있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면 결국 열매를 맺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경영자들은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다”며 “틀렸을 때 임직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다른 CEO와의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30대 직장인에겐 경영학석사(MBA) 같은 타이틀보다 경험을 쌓고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솔루트만 대표는 “입사 초기 10년간은 직위와 보수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장기적인 커리어를 생각하고, 기업의 미션에 헌신하고 있음을 성과로 나타내라”고 조언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