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붓꽃'·'아베르노'·'신실하고 고결한 밤'…시공사, 내년까지 전집 출간
노벨문학상 시인 루이즈 글릭을 만난다…대표 시집 3권 첫 출간
"꾸밈없는 아름다움으로 개인의 존재를 보편화하는 분명한 시적 목소리를 냈다.

"
지난 2020년 스웨덴 한림원은 미국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79)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선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여성 작가로는 16번째이자, 여성 시인으로는 1996년 비스와봐 쉼보르스카 이후 두 번째 수상이었다.

글릭은 미국 현대 문단의 대표 시인으로 꼽히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전까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류시화 시인의 책 '마음챙김의 시'(2020)에 수록된 시 '눈풀꽃'으로만 알려졌을 뿐 시집이 출간되진 않았다.

수상 2년 만에 글릭의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전집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도서출판 시공사는 "글릭의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는 사명감으로 작품 전체를 출간하는 전집을 기획했다"며 "시집 14권과 에세이와 시론을 담은 2권을 내년 가을까지 잇달아 출간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시공사는 그 시작으로 글릭의 대표 시집인 '야생 붓꽃'과 '아베르노', '신실하고 고결한 밤' 등 세 권을 펴냈다.

번역은 글릭연구재단을 설립해 그의 시 세계를 연구하는 정은귀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맡았다.

노벨문학상 시인 루이즈 글릭을 만난다…대표 시집 3권 첫 출간
1992년 출간된 시집 '야생 붓꽃'은 퓰리처상과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시 협회상을 받은 작품이다.

몽환적이면서도 인간 존재에 대한 예리한 관찰이 담긴 시집으로 식물, 인간, 신이 시적 화자로 등장한다.

그중 수록시 '야생 붓꽃', '개기장풀', '꽃양귀비' 등에선 식물의 목소리가 인간을 향해 무지를 다그치기도 하고, 낙인과 혐오를 꼬집기도 한다.

'세상에서 그게/ 영원히 계속될 것도 아니었는데/(중략)/ 애도하면서 동시에 탓하는 일/ 늘 함께 가는 그 두가지요.

'('개기장풀' 중)
시집 해설을 한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한 사람이 세 개의 목소리를 창조해내고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뤄냈다"고 평했다.

2006년 시집인 '아베르노'는 그리스 신화를 차용해 죽음의 문제를 탐색하고 생의 고통에 갇힌 이들을 위로한다.

한림원은 이 작품을 특별히 언급하며 "하데스에게 붙잡혀 지하 세계로 끌려가는 페르세포네의 신화를 몽환적으로 해석한 거작"이라고 호평했다.

전미도서상을 받은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글릭이 가장 애정을 가진 시집이다.

2014년 출간돼 가장 최근의 시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말년의 글릭이 유년 시절의 기억을 반추하며 자전적인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 남성과 여성이 혼재된 목소리에 한 예술가의 삶이 엮인다.

대화체로 쓰인 시들에선 고통스러운 기억을 대면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과 화해하고 치유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작품해설을 한 나희덕 시인은 짧고 간결하게 써온 글릭이 "장시 형식의 긴 호흡으로 자신의 생애를 재구성해 들려주고 있다"며 "고백적 서정시의 한계를 넘어 보편적 공감을 끌어낸다"고 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