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거 100주년…김희영 교수 10년 걸친 번역 작업 마쳐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역…민음사 13권 완간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역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서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 민음사에서 총 13권으로 완역됐다.

민음사는 "연작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지막 7편 '되찾은 시간'을 두 권(12·13권)으로 출간한다"며 "이로써 김희영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가 10년 만에 '프루스트 번역 프로젝트'를 완료했다"고 15일 밝혔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루스트가 총 7편을 14년에 걸쳐 선보인 방대한 작품으로, 분량을 합하면 수천 쪽에 이른다.

1913년 1편 '스완네 집 쪽으로'가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3편 '게르망트 쪽', 4편 '소돔과 고모라', 5편 '갇힌 여인', 6편 '사라진 알베르틴'에 이어 프루스트 사후 5년 만인 1927년 7편 '되찾은 시간'이 나왔다.

민음사는 완역을 목표로 2012년 1편을 두 권으로 출간했으며 10년 만에 완간을 이뤄냈다.

세계 유력 일간지가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꼽은 이 작품은 한 소년이 유년기를 거쳐 사랑을 알게 되고 예술을 향유하며 한 시대를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유년기의 추억, 사랑과 정념, 질투와 욕망, 상실과 죽음, 예술, 사회, 문화, 정치 등 인간 삶의 총체적인 모습이 담겼다.

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독특한 서술 방식을 통해 인간 내면과 시대상을 정밀하게 구현했다.

T.S.엘리엇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20세기 2대 걸작으로 꼽으며 "이들을 잃지 않고 문학을 논할 수 없다"고 했다.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역…민음사 13권 완간
민음사에 따르면 국내 최초 프루스트 전공자인 김희영 교수는 "사명감과 용기를 가지고" 번역에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는 1985년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된 판본(1954년판)이 아닌, 1987년 출간된 프랑스 플레이아드 전집 판본을 새로운 저본으로 삼고, 프루스트 연구자들의 주석 작업과 여러 국가의 판본을 비교·참고해 번역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길고 난해한 프루스트 문장을 최대한 존중해 텍스트의 미세한 떨림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며 "독자의 이해와 작품의 올바른 수용을 위해 최대한 많은 주석 작업을 해 문화적, 예술적 차이를 극복하려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어 번역에서 오늘날의 의미와 다르게 사용되는 단어의 이해를 위해 당시 발간된 사전이나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전 번역본에서 나타난 어휘상의 오류를 바로잡았고, 시대적 풍습과 프랑스어 다의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오역도 신경 써서 번역했다.

또한 김 교수는 수많은 종속절과 줄표, 쉼표, 쌍점(:), 쌍반점(;) 등의 부호가 쓰인 프루스트의 긴 호흡을 존중하며 텍스트의 가독성을 높이고자 했다.

쌍반점이 사용된 경우 호흡이 끊긴 걸로 간주하고 문장을 끊어 번역했다.

민음사는 완간된 13권과 함께 프루스트에 입문하는 독자를 위한 '프루스트 그래픽'을 함께 출간했다.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한 100여 개 인포그래픽으로 구성된 이른바 '프루스트 백과사전'이다.

방대한 자료와 정보를 간결한 이미지로 압축했다.

민음사는 프루스트 서거 100주년을 맞아 서거일인 18일에 맞춰 강연과 다양한 굿즈 이벤트를 마련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