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기금화' 법안에 "수익이 건보 목적 아냐…철회해야" 비판
건보 기금화 추진에 시민단체 "보험료 오르고 보장성 축소될 것"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 기금화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보험료 인상과 보장성 축소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40여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4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건강보험 기금화 법안을 즉시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최근 건강보험을 기금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 "건강보험 재정 자체를 기획재정부가 통제하면서 수십조원을 입맛에 맞게 운용하려 하는 것"이라며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키려는 명분으로 기업과 금융시장에 자금을 수혈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처럼 건강보험 기금도 얼마든지 엉뚱한 곳에 악용될 수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이 각종 증권에 투자되면 천문학적 손실을 입을 수 있고, 그 손실은 보장성 악화,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지난 8일 건강보험을 기금화해 국가재정법의 적용을 받고 국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건보 재정의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기금을 관리·운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운동본부는 "건강보험이 기금화되면 건강보험에 투입되는 예산이 기재부의 우선순위에 입각해 결정되고, 국고지원금 축소도 현실화할 것"이라며 "가뜩이나 낮은 보장률은 더 악화되고 보험료는 대폭 인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기금화하면 국회 심의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는 온갖 이익단체들의 입김이 작용한다"며 "공급자 단체, 제약회사, 민간보험사, 의료기기 업체 등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보 기금화 추진에 시민단체 "보험료 오르고 보장성 축소될 것"
건보 기금화 여부는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격론이 제기되고 있는 오래된 이슈다.

'건보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기금화해 국회와 기획재정 부처의 관리,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건강보험료율 등 건보 관련 주요 정책은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위원이 동수로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결정된다.

기금화를 해야 한다는 측은 기금화를 통해 정부 내의 기획재정 부처와 국회가 전체 재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국회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국고지원금 만큼만 심의·의결 권한이 있어 참여가 제한돼 있다.

건보 재정은 지난 6월 기준 18조원 가량을 누적 적립금으로 갖고 있다.

적립금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에 충당하거나 단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출할 현금이 부족할 때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지급 준비금'으로도 불린다.

건보 재정은 작년에 이어 올해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고령화 심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으로 인해 내년에는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적자가 이어지면서 누적 적립금은 2028년에는 바닥이 날 전망이다.

적립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건강보험이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1년 단위의 단기보험 성격을 갖고 있어서 적립금을 무작정 키우기보다는 단기적인 수지균형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많다.

누적 적립금 고갈 우려와 관련해 복지부는 지난달 17일 "건강보험은 매해 당해연도 수입(보험료, 국고지원 등)으로 그 해 필요한 급여 지출 비용을 충당하는 단기보험"이라며 "국고지원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