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군기 훈련을 강요받다 숨진 육군 훈련병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30일 군기 훈련을 강요받다 숨진 육군 훈련병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뉴스1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중대장에 대한 소환조사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아직 수사대상자인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을 정식으로 형사입건하지 않았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원경찰청은 현재까지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소환조사 시기에 관한 물음에 "아직 사실관계를 조사 중인 만큼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군기훈련 규정 위반 의혹은 이미 알려진 대로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입건'에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환조사 시기에 대해서도 "출석을 요구하더라도 (수사대상자들이) 바로 응할 수 있고, 시간을 좀 더 가진 뒤에 하겠다고 할 수도 있어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수사대상자들이 방어권 행사를 위한 변호사 선임과 대응 전략 등을 짜는 데 시간이 필요해 경찰이 소환조사를 요구하더라도 그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은 군 관계자와 의료진 등 대부분의 참고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과 군기훈련 규정 위반 등에 초점을 맞춰 조사하고 있으며, 의료진을 대상으로는 병원 이송과 진료, 전원 과정 등을 면밀히 살피며 사망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다른 훈련병들의 가족발 또는 군 내부 관계자발 의혹 제기 등에 대해서도 여러 관계자 진술을 종합하며 실체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중대장의 경우 공식 수사팀에 의해 인지 사건으로서는 입건되지는 않았지만, 잇따른 고발사건에 의해서는 살인 혐의 등으로 입건된 상태다. 앞서 지난달 31일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대검찰청에 중대장을 형법상 살인죄와 직무유기죄, 군형법상 가혹행위죄로 고발했다. 최 전 회장은 "사고 당일 기온 등 날씨 환경을 고려하면 과도한 군기 훈련의 강요는 사람을 충분히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정적으로 또는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5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중대장을 살인과 상해치사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냈다. 서민민생대책위는 중대장과 함께 육군수사단장과 12사단장 등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직무유기, 범인도피 등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사건은 피고발인이 즉시 입건돼 피의자의 지위에서 수사가 진행되므로, 이들 고발사건이 강원경찰청 수사전담팀으로 이송되면 살인 혐의 등 사건의 피의자로서 조사받게 된다. 그러나 수사전담팀이 인지 사건 수사 결과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면, 살인 혐의나 상해치사 혐의 고발사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할 가능성이 높다.

살인 혐의 적용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후 5시 20분께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군기훈련이란 지휘관이 군기 확립을 위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 등을 말한다. 지휘관 지적사항 등이 있을 때 시행되며 얼차려라고도 불린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