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화상연설 상영을 취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에 대한 비판이 담긴 것이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로이터통신은 유럽 외교관들을 인용해 미셸 의장이 사전에 녹화한 연설 영상이 지난 4일 개막한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외교관들에 따르면 사전 예고 없이 벌어진 일이다.

미셸 의장의 대변인은 “중국의 요청으로 영상 메시지를 제공했지만 방영되지 않았다”며 “정식 외교 채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미셸 의장을 제외한 자국 내외 인사들은 이날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정상적으로 연설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이다.

미셸 의장의 축사에는 러시아를 비판한 내용이 담겨있던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외교관들로부터 입수한 미셸 의장의 연설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하게 비판하고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전했다.

미셸 의장은 또한 “중국이 종전을 도울 수 있다”며 전쟁 종식에서 중국의 역할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박람회의 공동 주최측인 중국 상무부와 상하이 시 정부 모두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