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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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정밀화학이 롯데건설에 3000억원을 지원한다. 지난 9월 말 롯데정밀화학이 보유한 현금은 2900억원 수준이다. 보유한 현금 상당액을 계열사 지원에 쓰는 것이다. 시공 능력 8위인 롯데건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이 사실상 막히자, 계열사들이 자금지원에 총력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날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30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조달하기로 했다.차입금 만기는 내년 2월 8일까지로 석 달이며 조달금리는 연 7.65%로 결정됐다. 롯데건설은 부동산을 담보로 맡긴다. 이번 자금 대여로 롯데정밀화학은 57억원가량의 이자수입이 기대된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 9월 말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2976억원으로 나타났다. 두 달 동안 현금흐름을 고려해도 보유한 현금이 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롯데건설을 위해 보유한 현금 상당액을 사용한는 것이다.

롯데정밀화학이 금고를 털어 지원할 만큼 롯데건설 재무 여건이 팍팍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20일에도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긴급 대여했다. 만기는 3개월로 금리는 연 6.39% 수준이다. 롯데건설은 이달 18일에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한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롯데건설에 자금을 지원한다.

롯데그룹이 건설에 지원하는 자금은 총 1조원이다. 그룹이 롯데건설에 자금을 긴급 지원하는 것은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결과다. 이 회사는 둔촌주공 재개발 사업 등 대형사업의 자금조달(본 PF) 직전까지 3개월 만기로 브리지론을 조달해 운용했다. 브리지론은 본격적 PF 자금을 조달하기 이전에 이전 토지 매입이나 인허가, 시공사 보증에 필요한 자금 대출을 뜻한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PF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단기자금조달 시장도 '돈맥경화' 조짐을 보였다. 91일물 CP 금리는 지난 8일 0.04%포인트 오른 연 4.98%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자금재조달(차환) 어려움을 겪자 계열사에 손을 벌린 것으로 파악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