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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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는 연간 마지막 특수 시즌인 크리스마스 및 연말을 겨냥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고의 영향으로 각 기업은 화려한 마케팅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11~12월이 겨울 상품 판매 피크시즌임을 감안해 업체마다 판촉을 조용하게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연말 선물용 상품 비축도 서두르고 있다.

○백화점 조용한 할인 행사

유통업계는 20~30대의 소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크리스마스와 연말 선물에 초점을 맞춰 판매행사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와인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하는 행사가 많은 만큼 와인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신세계백화점은 부르고뉴 와인 숍 ‘버건디&(BURGUNDY&)’을 선보여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20년 8월 강남점에 문을 연 ‘버건디&’은 국내 최초의 부르고뉴 와인 전문 매장이다. 부르고뉴 와인은 적은 생산량과 까다로운 생산 조건 때문에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장이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와인 부문 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1~10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2% 증가했다. 버건디& 매장의 매출은 오픈 이후 매월 60% 이상 증가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공식적인 연말 행사는 취소했다. 하지만 할인 혜택 등 조용한 마케팅은 이어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9일까지 롯데 유통군 8개 계열사(백화점·마트·슈퍼·온·홈쇼핑·하이마트·세븐일레븐·멤버스)가 함께 참여하는 ‘롯키데이’를 진행한다.

롯데 유통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준비한 대규모 온오프라인 통합 행사이기도 하다. 각 계열사가 준비한 개별 할인 혜택에 공통 프로모션 등을 활용하면 고객들에게 좋은 쇼핑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이태원 참사의 영향으로 마케팅·홍보 활동은 전면 금지했다. 롯데 유통군 관계자는 “매장 내에서 진행하는 벨리곰 소환 이벤트 등 모든 행사를 중지했다”면서도 “다만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가격 할인 행사는 종료일까지 최대한 조용히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참사 이후 압구정본점 등에서 진행 중인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이벤트를 축소했다. 점포 내 음악을 차분한 음악으로 대체해 할인 행사만 하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겨울 상품 할인

쿠팡, G마켓, 옥션, 티몬 등 e커머스 업체도 오프라인 유통사들과 비슷한 처지다. 11월은 통상 ‘쇼핑 대목’으로 불릴 만큼 각 업체가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올해는 축제 분위기를 내지 않고 있다.

G마켓·옥션은 ‘빅스마일데이’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평소처럼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쿠팡은 중국 광군제(11월 11일)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11월 25일) 등의 축제를 연상시키는 판촉 디자인을 전면 수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애도기간이 이어지면서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도 연말 분위기를 강조하기보다 할인 행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겨울을 대비해 난방용품을 적극적으로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오는 16일까지 전기요, 히터 등 대표 난방용품을 비롯해 일렉트로맨 가습기, 핸디워머 등 60여 개 상품을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 면혼방 원단을 사용해 촉감이 부드러운 ‘신일 데칼 전기요(싱글)’는 정상가보다 1만원 낮춰 6만9000원에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날씨가 부쩍 쌀쌀해지자 발 빠르게 자체브랜드(PB) 겨울의류 신상품을 론칭해 내놓고 있다. 의류 PB ‘F2F’는 겨울시즌을 맞아 스웨터, 데님, 아우터를 최대 1만원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남성복은 1만9900원에 판매한다. 베이직 베스트부터 플리스, 앙털 ‘뽀글이’와 같은 부클 소재, 코듀로이 등의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점퍼 등을 3만9900~6만9900원에 선보인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