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 있으나 일부만 올라가…3단 보 앞에서 죽거나 좌절
[유형재의 새록새록] 보 앞에서 길 잃은 연어의 슬픈 귀향
강원 강릉 시내 한복판을 흐르는 남대천의 보(洑) 앞에서 모천을 찾아온 연어가 길을 잃었다.

최근 들어 강릉시민의 젖줄인 남대천에는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어미 연어들이 회귀하고 있다.

백두대간 대관령에서 동해(바다)로 연결되는 남대천에는 매년 10월 중·하순 이후부터 이맘때면 연어가 강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오르는 회귀가 진행된다.

3∼4년 전 남대천을 떠나 9천㎞ 떨어진 북태평양으로 여정을 떠났던 연어들이 산란기를 맞아 하나둘씩 자신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하천으로 돌아오고 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보 앞에서 길 잃은 연어의 슬픈 귀향
이곳은 양양 남대천 등과는 달리 치어를 방류하기 위한 연어 포획과 인공 수정을 하지 않아 자유롭게 회귀가 이뤄진다.

그러나 몇 해 만에 멀고 먼 그리운 고향 하천을 찾아온 남대천의 많은 연어가 하천을 가로지른 보 앞에서 길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남대천 강릉대교 아래 설치된 보에는 한 곳의 계단식 어도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

거대한 몸집의 연어 떼는 이곳을 통해서만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어도는 좁고 매우 많은 계단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언뜻 보아도 연어가 오르기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많은 연어는 어도 이외의 물줄기가 더 많이 흘러내리는 다른 쪽으로 훨씬 더 많이 몰리고 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보 앞에서 길 잃은 연어의 슬픈 귀향
연어들은 이곳에서 상류로 올라가려고 수없는 점프를 시도하며 애를 쓴다.

일부는 먼 길을 찾아온 보람도 없이 그리운 고향 하천의 보 앞에서 죽음을 맞는다.

보는 3단으로 돼 있다.

높이 1m가 채 안 되는 보의 맨 아래 거센 폭포를 오르면 1.5m는 족히 넘는 경사면이 버티고 있고 또다시 2m 가까이 되는 벽이 가로막고 있다.

이 때문에 쉼 없이 뛰어오르는 노력을 계속해 맨 아래 폭포를 오르더라도 더는 오를 수 없다.

간신히 한 단계를 뛰어올랐다가도 절벽에 가까운 남은 보를 오르지 못해 다시 하류로 밀려 내려오기 일쑤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보 앞에서 길 잃은 연어의 슬픈 귀향
보 아래에는 많은 연어가 몰려 있고 몸 곳곳에 상처까지 입은 연어도 쉽게 눈에 띄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바다에서 남대천으로 들어온 연어들은 대부분 보에 막히는 상황을 모른 채 아직도 그리운 고향 하천으로 거슬러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일부 단체가 보 하류의 연어를 보 상류로 옮기는 활동을 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이런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시민 박모(46·강릉)씨는 "어도가 아닌 곳으로 올라가려는 연어를 보니 안타깝다"며 "행정당국에서는 고향을 찾아온 연어가 무사히 상류로 올라가 산란할 수 있도록 보의 문제가 있는지를 잘 살펴서 보강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보 앞에서 길 잃은 연어의 슬픈 귀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