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연장에 반발해 4일 군용기를 대거 띄워 무력시위를 벌였다. 지난 2일부터 단거리탄도미사일, 포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원해 시작한 도발을 사흘째 이어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4시간 동안 북한 군용기 180여 대의 비행 항적을 식별해 대응 조치했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 군용기들이 전술조치선 이북의 내륙과 동·서해상 다수 지역에서 활동한 것을 확인했고, 이에 대응해 F-35A 등 전투기 80여 대로 구성된 공중전력을 긴급 출격시켰다. 북한의 무력시위에 수호이 계열 전투기는 물론 폭격기도 동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폭격기 일부에서는 공대지 사격 활동도 포착됐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3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발표한 공동성명과 비질런트 스톰 기간 연장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만약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동맹의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으로 김정은 정권이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가 SCM 성명에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는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을 연례화하기로 했다. 두 나라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을 통해 상시 배치에 준하는 수준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데도 합의했다. SCM 공동성명이 한·미 동맹 비전을 담은 사실상의 ‘외교문서’임을 감안하면 북한 정권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다.

전범진/김동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