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3일 만에 하락했다. 미국에 이어 영국까지 고강도 통화긴축에 나선 데다 달러가 강세를 띈 영향이다. 중국의 원유 수요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한몫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유(WTI) 선물(12월물)은 전 장보다 1.83달러(-2.03%) 떨어진 87.76달러로 마감했다. 이달 들어 2거래일 동안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이날 하락 반전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내년 1월물도 전장 대비 1.55% 하락한 94.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미 중앙은행(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연 3.0~3.25%에서 연 3.75~4.0%로 올랐다. 상단이 4%대인 것은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Fed가 고강도 긴축정책을 내놓자 달러 가치가 다시 뛰어올랐다. 세계 6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인 달러 인덱스는 3일 전일 대비 1.42%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 가치가 오르면 원유 가격도 비싸지지고 수요도 줄어들게 된다.

이날 Fed에 이어 영국 영란은행(BOE)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며 고강도 긴축에 동참했다. 영국 기준금리는 2.25%에서 3.0%로 상승했다. 영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건 1989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주요국의 고강도 통화정책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것도 국제유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데이터분석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유가는 세계 경제 전망의 약화 및 달러 강세와 싸우고 있다”며 “이런 약세 요인이 곧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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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점도 원유 수요 전망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3일 중국 본토에서는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개월 만에 3000명을 돌파했다. 이날 중국 당국은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주요 도시들을 봉쇄하고 사람 및 화물 이동을 제한하는 엄격한 방침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