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들아, 부디 좋은 곳 가서 행복하길” > 3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몸을 웅크린 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이 추모공간에 이날도 많은 이들이 찾아 희생자를 애도했다.  /연합뉴스
< “얘들아, 부디 좋은 곳 가서 행복하길” > 3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몸을 웅크린 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이 추모공간에 이날도 많은 이들이 찾아 희생자를 애도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놓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지원대책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해 벌어진 참사”라는 의견과 “희생자 수만으로 지원을 결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맞붙는 모양새다. ‘유족에게 지급되는 금전적 지원을 금지해달라’는 국민청원은 2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3일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이태원 참사 관련 대책에 따르면 사망자는 최대 1500만원의 장례비를 지원받는다. 유족은 구호금 외에도 세금과 통신료를 감면받는다.

서울시는 장례절차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41억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외국인 사망자 역시 내국인과 동일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의견은 정부 대책을 두고 둘로 나뉘었다.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이날 사고 현장을 찾은 정모씨(44)는 “사고 당일엔 한 명도 없던 경찰이 지금은 바글바글한 걸 보고 있자니 원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명백한 국가의 책임인 만큼 금전적인 지원은 물론 다른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족에 대한 지원을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참사 관련 지원 인력으로 투입된 한 서울시 공무원은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너무나 많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너무나 안타깝다”면서도 “사상자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사건·사고로 하나둘씩 세상을 뜬 이들도 많은데 그들의 유가족이 느낄 소외감은 누가 챙겨주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사건 발생 2일 뒤인 지난달 31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에 ‘이태원 사고 관련 상황의 세금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 청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김모씨는 “모든 사건의 경위를 배제한 채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번 이태원 사고의 장례비용과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3일 오후 3시 현재 이 글에 2만6345명이 동의를 눌러 최다 동의 순위 2위에 올라 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