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의 자금 조달 전략이 다각화되고 있다. 장기물보다는 단기물, 공모채보다는 사모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 속에서 자금 조달에 사활을 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투자 수요 확보를 위해 단기물 위주로 회사채를 구성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7일 296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한 교보증권(AA-급)이 대표적이다. 당초 15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총 3660억원이 몰리면서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쪼그라든 회사채 투자 심리를 고려하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게 업계 평가다.

만기 구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간 게 투자자의 관심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증권은 이번 회사채의 만기 구조를 1년물 1200억원과 1년6개월물 300억원으로 구성했다. 이례적으로 짧은 만기 구조를 내세운 덕분에 1년물에 3330억원, 1년6개월물에 33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업계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의 단기물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3년 만기 회사채까지 사실상 장기물 취급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HDC한화그룹의 합작회사인 통영에코파워(A+급)는 지난달 열린 510억원 규모 3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3년 만기 회사채에 대한 부담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입찰을 꺼린 것으로 해석된다.

신용등급 AAA급 공사채 시장에서도 장기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AAA급)은 지난달 800억원어치 공사채 발행을 포기했다. 모집 물량을 밑도는10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보험사, 연기금, 공제회 등 주요 기관이 장기물에 지갑을 닫은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채 대신 사모채로 우회하는 자금 조달 전략도 채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A급)는 지난달 사모채 시장에서 200억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AA급 회사채가 줄줄이 미매각된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이라는 게 IB업계 설명이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신용등급이 일정 기준까지 떨어질 경우 강제 상환한다는 강제 상환 옵션을 건 사모채도 있다”며 “시장친화적인 조건을 내세워 자금 조달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