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좋아 감염 제때 몰라, 열흘 단위 정밀검사
오릿과 철새 26.3%↑…바이러스 발견·감염도 일러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오리가 주요 살처분 대상에 올랐다.

AI 방역 표적된 오리…왜 살처분 확대하나?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달 26일 전국에서 세 번째로 충북 진천 오리농장 감염이 확인되자 살처분 대상을 확대했다.

당초 발생 농장 반경 500m 내 모든 가금류 살처분을 지시했다가 오리 감염이 확인될 경우 반경 1㎞ 내 오리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한 것이다.

닭과 메추리도 감염될 수 있는데 오리 살처분을 확대한 것은 감염 사실을 제때 알아챌 수 없다는 점에서다.

AI에 감염되면 하루이틀새 폐사하는 닭과 달리 오리가 갑작스럽게 폐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면역력이 강해 폐사율이 높지 않은 데다가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어 감염 여부를 제때 파악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제대로 관찰하지 않다가는 감염 농장을 오가는 사료차량, 분변처리차량 등을 통해 곳곳으로 확산할 수 있는 것이다.

AI 방역 표적된 오리…왜 살처분 확대하나?

도 관계자는 "육용오리는 한두 마리 폐사하는 경우가 있지만 종오리는 크고 튼튼해 AI에 걸려도 사료 섭취량만 조금 떨어질 뿐 멀쩡해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분변으로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간이검사에서도 감염 오리가 '음성'으로 나오는 일이 잦다.

이 때문에 오리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면 PCR(유전자 증폭) 등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충북도가 2017년부터 AI 확산 우려가 커지는 겨울철에 오리 사육을 잠시 접는 휴지기제를 도입한 것도 이런 점에서다.

이번 겨울에도 2천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오리 농가 98곳 중 47곳이 참여했다.

도와 시·군은 요즈음 미참여 농가 51곳을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하고 있는데, 양성 판정이 나온 곳은 아직 없다.

AI 방역 표적된 오리…왜 살처분 확대하나?
그러나 겨울철을 앞두고 AI 매개체인 철새가 작년보다 더 많이 몰려오고 있다는 게 충북도의 걱정이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국내에서 관측된 철새 중 오릿과는 47만9천590마리다.

작년 같은 시기 37만9천780마리보다 26.3% 증가했다.

AI 바이러스 발견·감염 시기도 지난해보다 빨라졌다.

야생조류에서 11월 초, 농장에서 11월 말 바이러스가 확인되는 게 일상적인데, 올해에는 지난달 12일 충남 천안에서 포획된 원앙에서 검출됐고 닷새 뒤인 17일 경북 예천 종오리농장이 확진됐다.

지난 겨울 오리농장 7곳, 양계농장 2곳, 메추리농장 1곳의 가금류 105만 마리를 살처분했던 충북도는 소독, 이동제한 등 방역조치를 강화했다.

도 관계자는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연이어 검출되는 엄중한 시기인 만큼 휴지기제에 참여한 오리 농장에는 조기 출하를 당부했고, 비참여 농장에 대해서는 열흘에 1회꼴로 정밀검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