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사진)은 1일 “네덜란드, 핀란드, 벨기에, 카자흐스탄,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과도 원전 수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한국형 원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에너지 안보 위기가 한국 원전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전날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원전 2~4기를 짓는 사업의향서(LOI)를 폴란드 측과 체결한 데 대해선 “폴란드 국민들이 깨끗하고 경제적인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신규 원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며 사업수주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도 전날 서울에서 열린 LOI 서명식에서 한수원의 본계약 체결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100%”라고 했다. 황 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8일과 이달 1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황 사장은 국내 최고의 사용후핵연료 전문가로 꼽힌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후학을 가르치다 지난 8월부터 한수원을 이끌고 있다. 황 사장은 인터뷰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원전 사용을 위해선 고준위 방사능폐기물처리장(방폐장) 건설은 필수”라며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을 활용하면 현재 38년으로 계획된 방폐장 설치 기간을 30년 정도로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지하연구시설 실험 결과를 토대로 비슷한 지질환경에서 더 신속하게 방폐장을 건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원전 부지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을 위한 건식저장시설(임시방폐장)을 짓는 데 대해선 “주민들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일이 최우선”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중간저장시설과 고준위방폐장 설치를 위한 특별법 통과를 서둘러 건식저장시설이 임시시설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한수원은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부지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임시방폐장을 짓는 방안을 지난달 28일 이사회에 상정하려다 주민 반대를 고려해 일단 보류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시점과 관련해선 “절차를 지키되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최대한 줄여 2024년 착공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정부는 당초 신한울 3·4호기를 2025년 착공할 방침이었지만 원전업계의 일감 부족 우려를 감안해 최대한 착공 시기를 앞당기기로 한 상태다.

황 사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해선 “신재생 확대에 따른 전력 계통망 불안정을 보완하기 위해 (수력을 이용한) 양수발전을 늘려야 한다”며 “양수발전은 가장 친환경적인 배터리”라고 했다. 전기가 남아도는 밤에 댐 위로 물을 끌어 올렸다 전기가 부족할 때 물을 흘려보내 수력발전에 쓰는 양수발전은 값비싼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일종의 배터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선 “SMR과 열병합발전소를 포함하는 에너지 자립도시를 만들어 수출하면 좋을 것”이란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성공하면 (한국에) 역수입도 가능할 것”이라며 “유연성과 안전성이 높은 SMR은 신재생에너지와 최적의 조화를 이룰 수 있고 탄소중립 실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SMR은 대형 상업원전과 달리 소규모로 설치 가능한 분산형 원전이다.

황 사장은 “절대적으로 나쁜 에너지도 좋은 에너지도 없다”며 “원전을 포함해 한 가지 에너지원에만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고,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에너지믹스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