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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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지난달 27일 현대차·기아 사내하도급 근로자 4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회사가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대법원이 2010년과 2015년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바 있지만 기아 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해 대법원이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는 직접공정이 아닌 생산관리, 출고, 포장 등 간접공정에서 일한 사내하청 근로자들도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어서 향후 제조업 현장에서는 하도급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대법원 1부와 3부는 지난달 27일 현대차·기아 공장에서 도장, 생산관리 등 업무를 수행한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원고들이 맡았던 모든 공정, 즉 컨베이어벨트를 사용하는 직접공정이 아닌 간접공정까지도 모두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했습니다. 원청 회사가 사내하청업체에 실질적인 감독·지휘권을 행사했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소송에 참여한 430명 중 2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서열·불출 등 생산관리 업무를 맡았던 3명에 대해서는 원심이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못했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동계는 물론 소송 당사자인 현대차·기아에서도 예견했던대로였습니다. 대법원이 2010년 현대차의 직접 생산공정에서 일했던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이래 지난 7월에는 포스코에 대해서도 유사한 판결을 내리는 등 사내하청을 둘러싼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선고에 대해 '제조업 도급의 종말을 고한 판결'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잇따르는 대법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7월 대법원의 포스코 판결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하청 근로자의 업무가 원청의 생산관리시스템에 의해 관리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지휘·명령'의 표지로, 크레인 운전 등 공정이 원청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원청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의 표지로 판단해 불법파견으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제조업체의 생산은 전사적인 생산관리시스템에 따라 이루어지고, 도급업무도 전체 생산과정의 일부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도급이 아닌 불법파견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을 넘어 도급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경영계 안팎에서는 파견과 도급과 관련해 웃지못할 우스개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안걸리면 도급, 걸리면 불법파견'입니다. 사실상 산업현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도급이 소송에 걸리면 불법파견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차제에 보다 현실적인 정책적, 입법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