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임상 3상 결과로 ‘예비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떠오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레카네맙’의 임상시험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레카네맙 임상 3상(Clarity AD)에 참여한 환자 중 1명이 뇌출혈로 사망했으며, 임상시험에 참여한 조사관은 임상에 사용된 약물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레카네맙의 개발사인 에자이는 “레카네맙이 출혈을 유발했을 합리적인 가능성에 대해 인정한다”면서도 “다양한 변수들 때문에 완전히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망환자가 레카네맙을 투약한 환자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임상 3상시험은 환자와 의료진, 조사관, 결과 평가자까지 어느 약이 투약됐는지 알 수 없는 사중맹검으로 진행됐다. 즉, 사망 환자가 투약 받은 약이 레카네맙인지 위약인지 알 수 없다.

사망환자 발생 사실을 처음 보도한 미국 바이오헬스케어 매체 스탯뉴스 또한 “이 환자가 맹검시험에서 공개시험으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뇌출혈이 발생했으며 여전히 맹검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에 레카네맙과 위약 중 어느 약을 투약 받았는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레카네맙은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항아밀로이드베타 의약품 아두헬름에 비해 뇌출혈을 포함한 염증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지며 기대를 모았다.

에자이에 따르면 레카네맙을 투약한 환자 중 뇌 속 미세출혈을 의미하는 부작용 ‘ARIA-H’의 발생 비율은 0.7% 정도였다. 앞선 임상시험에서 아두헬름은 투약군의 약 14%에서 ARIA-H 부작용이 발생했다. 아두헬름을 투약해 사망한 환자 수는 최소 4명 이상이다. 부작용 발생 비율이 다른 까닭은 두 약물의 표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아두헬름은 독성 단백질 아밀로이드베타가 응집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하는 데, 뇌혈관에 쌓인 플라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염증이 생기고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레카네맙은 용해된 상태의 아밀로이드 저중합체(올리고머)를 표적하기 때문에 혈관에서의 염증반응이나 부작용이 이론적으로 적다.

레카네맙은 지난 달 공개한 임상 3상 톱라인 결과를 근거로 FDA에 가속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FDA는 내년 1월까지 승인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국내 한 알츠하이머병 신약 전문가는 “뇌혈관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레카네맙의 주표적이 아니긴 하지만 이것이 100% 표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맹검이 해제되지 않아 확언하긴 어렵지만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 의약품이 ARIA(아밀로이드베타 관련 영상이상)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