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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2분기 연속 대규모 영업적자…사업구조 개편 앞당겨
애플 노트북·태블릿 OLED 탑재…수혜 기대감
재무 건전성 우려도…대규모 투자 시점, 매수 타이밍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액정디스플레이(LCD) 시장에서 견고한 벽을 쌓아왔던 LG디스플레이가 적자 구렁에 빠졌습니다.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줄면서 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기 때문. LG디스플레이가 LCD 패널 의존도를 줄이는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가운데 '애플'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7593억원으로 작년 동기(영업이익 5293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죠. 앞서 2분기에는 488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한때 2만원을 웃돌던 LG디스플레이 주가는 1만원대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전자기기 수요 증가로 잠시 호황을 누리는 듯했으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수요가 둔화되면서 재무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죠.

LCD 패널이 사양산업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입니다. 경쟁사인 중국 업체들에 주도권을 뺏겨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LCD 불황 탈출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보고 있습니다.

위기감에 사업구조 개편 속도…OLED 집중하나

뒤늦게 위기감을 느낀 LG디스플레이는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우선 LCD TV의 국내 생산 종료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고 중국 내 생산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OLED 확대와 하이엔드(고부가) LCD 사업 부문만 가져가겠다는 의미죠. 지난 6월 LC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삼성디스플레이보단 한발 늦은 행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근 LCD 패널 판매가격이 생산비용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자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TV용 LCD 패널 생산량을 상반기보다 10% 넘게 줄였습니다. 경쟁사인 중국의 BOE 역시 생산량을 20% 이상 낮춘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LG디스플레이는 수요 둔화로 재고자산이 쌓이자 파주 공장 가동률도 조정됐습니다. 실제로 파주 공장 내 직원은 "갈수록 재고가 쌓이면서, 공장 내부 업무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올 상반기 LG디스플레이 연결 기준 재고자산은 작년 말 3조3500억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애플 OLED 탑재, 수혜 노려라…가능성은?

LG디스플레이가 구조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실적에서 관건은 '애플'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을 애플 PC 모니터(아이맥)와 노트북(맥북), 태블릿PC(아이패드)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현재 애플은 모든 노트북에 LCD 패널을 쓰는데,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이 중 LG디스플레이 점유율은 55%에 달합니다. 아이패드도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LCD 비중이 약 38%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애플은 2024년부터 차례로 맥북과 아이패드에 OLED 패널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시장에선 애플 제품의 OLED 탑재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소형 OLED 패널보다 맥북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패널 사이즈가 큰 만큼 수익성에도 긍정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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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에 투자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LG디스플레이가 강점을 보유한 대형 OLED 터치스크린이 애플의 노트북과 태블릿으로 납품하게 되면 큰 수혜가 될 것"이라며 "태블릿용 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동시에 공급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공급선을 다변화해 가격을 낮추는 멀티벤더 전략은 애플의 오랜 사업 철칙 가운데 하나죠. 또 아직까진 시장 추측에 불과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초기 모델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초 애플 관계자가 LG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죠. 당시 아이폰을 비롯해 차기 아이패드용 패널 공급 논의 등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LG디스플레이도 내부적으로 애플을 통해 수익성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계속된 적자로 위기감을 느낀 LG디스플레이는 TV용 LCD 패널 사업을 내년까지 축소하고 모니터, 노트북, 태블릿용 LCD와 OLED 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당장 대규모 투자 힘들수도…주가 향방은?

문제는 재무 건전성입니다. 업계는 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집니다. 하나증권은 LG디스플레이가 4분기에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죠. LCD TV 라인 조정 과정에서의 비용 증가, IT 수요 부진에 따른 패널 가격 하락세 지속 등으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란 진단입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전 부문에서 아쉬운 성적을 내놨다"면서 "상대적으로 고마진 사업부였던 IT 부문의 수익성 역시 모니터 및 노트북 패널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되며 일부 세그먼트는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재무 건전성 악화는 기업들의 투자를 주춤하게 만듭니다. LG디스플레이는 당분간 투자용 지출을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재무 건전성이란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턴 자본적지출(CAPEX)을 감가상각비 절반 수준으로 집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최근 3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김성현 최고재무책임자(CFO) 는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기 전까진 경상비용 외에는 추가적인 투자계획을 잡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성과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고강도 대응을 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당장 올해는 시설투자를 전년 대비 1조원가량을 줄여 감가상각비 수준으로 책정했죠. 현재로선 작년 발표했던 '중소형 OLED 3조3000억원' 투자계획 외에는 추가 투자계획도 잡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켓PRO]연속 적자 늪에 빠진 LGD…"대규모 투자 발표때 반등 노려라"
시장에선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투자 시점이 주가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형 OLED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배경에서죠.

디스플레이 업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LG디스플레이는 2024년 양산 예정인 태블릿 OLED를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 중형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으로 본다"면서 "당장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 게 급선무로 보이는데, 투자자들은 실질적인 투자를 단행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은 LG디스플레이의 OLED 시장 확대가 차기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LG디스플레이의 중요한 고객사인 애플의 태블릿·노트북 등에 실리는 패널을 주목하는 이유죠.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으는 애플카와 확장현실(XR) 헤드셋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LG디스플레이가 수혜주로 지목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정 협력사 의존도를 낮추려는 애플과 중·소형 OLED 사업 확장을 노리는 LG디스플레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란 설명이죠.

📂LG디스플레이 프로필(10월31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1만2750원
3분기 실적(연결 기준): 매출액 6조7714억원(전년 동기 대비 6.26%↓), 영업이익 -7593억원(적자 전환), 순이익 -7740억원(적자 전환)
적정주가: 1만6600원(최근 3개월 내 증권사 평균 목표가)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1조6623억원(전년 대비 적자전환)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