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분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반도체·부동산·문화·교육·원전 총망라
'모두 부처가 산업부'…尹대통령, 패키지형 경제활성화 시동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경제정책 패키지 발표를 지휘했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윤 대통령의 독려에 맞춰 새 정부 초반 맞닥뜨린 위기를 미래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한 분야별 대책을 쏟아냈다.

이날 회의는 주력 산업, 해외 건설, 중기·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 5개 분야 활성화 방안을 중심으로 80분 동안 진행됐다.

특히 정부 노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국민 공감대를 넓히자는 취지로, 앞서 비공개로 하던 회의를 방송으로 생중계해 전 국민에 공개했다.

◇ 부총리 "내년이 더 어려워"…1조 반도체 지원 예산 부각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금융시장 변동성과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장관들이 생각해온 전략을 잘 좀 설명해달라"고 당부했다.

사회를 맡은 최상목 경제수석은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 부처가 어떻게 지혜를 모아 대응하는지 국민께 보여드리고 공감하고자 한다"며 회의를 시작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며 "수출 활성화가 핵심 키인 만큼 수출 동력을 발굴하고 총력 지원하겠다"고 발제했다.

초반 회의는 반도체 등 주력 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데 집중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과 관련, "민간 기업이 계획하는 340조 원 규모 투자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총 1조 원 규모의 반도체 분야 재정 자금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가산업단지 조성 지원책을 각각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2차 전지 등의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 확보와 관련, "공급망 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중요한 것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자부에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디테일한 상황을 상시 점검해주시고 다른 부처나 기업과 공유해달라"고 즉석 지시하기도 했다.

◇ 안보실장 "방산 수출은 다른 부문 수출 기폭제"
조선 산업과 원전·방산 수출 등에 대한 지원책도 새로 제시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선 인력 부족 사태와 관련, "기존 고용 인력의 특별연장근로를 180일로 확대하고, 외국 인력에 대한 고용 허가 발급 시 최우선으로 인력이 배분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창양 산자부 장관은 "친환경 선박의 국산 기자재 탑재율을 60∼80%에서 90%로 늘려나가도록 하겠다"며 원전 수출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맞춤형 패키지를 만들어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방산 수출과 관련, "일회성 수출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산업 부문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폭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하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가 전략 산업이자 먹거리 산업이 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중동 지역과 유럽 지역에 원전과 방산의 패키지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정부 부처가 합심해야 한다"고 거듭 독려했다.

추경호 경제수석은 "조만간 부처 명칭도 국방과 산업을 결합한 국방산업부로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끼어들어 장내에서 폭소가 터졌다.

윤 대통령은 더 나아가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 관련 사회 서비스 산업부로 봐야 하고 국방은 방위산업부가 돼야 하고 국토교통부도 인프라건설산업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 규제 완화 대거 발표…"국토부 몫 굉장히 커"
부동산 대책 발표는 이번 회의의 하이라이트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1월 중에 부동산 규제 지역을 추가 해지하고, 중도금 대출 보증을 분양가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까지 허용하고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원 장관에게 "오늘 국토부 장관님이 여기서 굉장한 성과를 올리신다"며 "경제 활성화에서 국토부의 몫이 굉장히 커진 것이니까 단단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모빌리티, 바이오,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 등 10개 분야를 정해 5년 동안 2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며 "유망 스타트업 1천 개 사 이상을 발굴해 육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중기부가 글로벌 펀드를 6조 원 규모로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까지 8조 원까지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기·벤처 자금 조달과 관련해선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0조 원 규모의 종합 지원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추경호 부총리가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낌없이 지원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 과기장관 "인공지능 시장 5년 내 세 배 이상"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새 정부 출범 후 일반 국민에 개방한 청와대를 관광 랜드마크로 만들고, 경복궁 등 주변을 관광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비자 문제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세계 1위의 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에 도전해보겠다"며 "국내 인공지능 시장이 2조2천억 원 규모인데, 5년 이내에 세 배 이상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 산업 육성과 관련, "어린 나이부터 디지털 리터러시 알고리즘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켜서 많은 선수를 배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공석인 교육부 장관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한 장상윤 차관은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야 아이들이 거듭날 수 있다"고 호응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학교 교육 과정을 개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정보교육 시간을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2배 이상 늘리고, 고등학교는 아예 교과를 하나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과기부에서는 국가전략 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5년간 25조 원 투자 계획을 하고 있다"며 "정부는 속도를 내 우주항공청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전 부처 장관들에게 "산업 증진과 수출 촉진을 위해서 우리가 모두 다 같이 뛴다는 그런 자세로 일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