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했다. 기업들이 상당한 공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유출돼 국가 경제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 잇따르자 고강도 수사를 펼칠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27일 과학수사부에 기술유출범죄 수사지원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반부패강력부가 담당했던 기술유출 범죄 수사지휘도 과학수사부에 넘긴다. 과학수사부는 앞으로 국가정보원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관세청 등 다른 정부 기관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등 민간단체와의 소통창구인 ‘기술 유출범죄 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해 중요 산업기술 유출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펼칠 방침이다.

검찰이 기술 유출범죄 수사에 팔을 걷은 것은 이 범죄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 산업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다 적발된 사건만 총 112건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비와 예상매출액 등으로 추산한 피해금액만 26조931억원에 달한다. 산업별로 보면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사건이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반도체(24건), 전기전자(14건), 자동차(9건), 정보통신(9건), 조선(8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검찰 "산업기술 유출범죄도 뿌리 뽑겠다"
검찰이 기술유출 혐의로 기소하는 사례들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이성범 부장검사)는 이날 국내 반도체 관련 산업기술을 국외로 유출한 2건의 사건과 관련해 총 1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발표했다. 2018~2019년 삼성엔지니어링의 반도체 초순수시스템 첨단기술 자료를 중국업체에 유출한 삼성엔지니어링 전·현직 연구원 2명, 초순수시스템 시공 하청을 맡았던 중소기업 임직원 2명, 기술을 빼간 중국업체 엔지니어 2명 등 9명(3명은 불구속 기소)이 올해 6~10월 차례로 재판에 넘겨졌다. 초순수시스템은 물 속에 있는 각종 불순물을 10억~10조분의 1 단위 이하까지 제거한 순수에 가까운 물로 반도체 공정작업을 벌이도록 설계하는 기술이다. 지난 1월 미국 인텔로 이직해 사용할 목적으로 자사 파운드리 공정 기술을 유출한 삼성전자 파운드리팀 연구원도 지난 25일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수원지검도 지난 26일 소방설비 업체를 통해 경쟁업체의 친환경 석탄분진 저감 원천기술 자료를 취득한 기업의 전‧현직 대표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이 기업에 원천기술 자료를 넘긴 소방설비업체 대표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외에도 최근 1년간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 유출(10명) △스마트팩토리 첨단기술 유출(7명)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 유출(3명) 등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기업이 장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이 유출되면 그간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피해 회복도 사실상 어렵다”며 “이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도 중대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신속·엄정한 수사, 죄에 상응하는 처벌, 범죄수익에 대한 철저한 환수, 양형기준 상향을 위한 양형위원회 설득, 전문인력 양성 등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