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잠자는 국토부의 택시 대란 대책
“택시 대책이 나왔다고 하는데 변한 건 없네요.”

서울 약수동에 사는 직장인 A씨(39)는 요즘 매일 밤 택시 잡기 전쟁을 치른다. 영업 부서 특성상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많은데 업무나 회식 후 택시를 잡는 게 ‘실적 올리기’보다 힘들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밤 10시가 넘으면 택시를 포기하고 지하철을 타거나 걷는 게 빠르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한 지 3주가 지났지만 시민들은 달라진 걸 느끼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단순하다. 국토부 대책 중 시행되고 있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대책의 핵심으로 꼽혔던 호출료 인상은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미뤄지고 있다. 파트타임 근로 도입은 택시에서 주로 사용하는 간주 근로 시간으로 계약하려면 택시발전법 개정이 필수여서 도입 시기를 장담할 수 없다. 택시발전법에는 일반택시 사업장 노동시간을 40시간 이상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국토부는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해 택시 유형별 전환요건 폐지, 친환경 고급택시 공급 확대, 차령제도 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이는 내년 상반기에나 시행될 예정이다. 대중교통 확충을 위해 내놓은 올빼미 버스 증차 대책은 시행 목표 자체가 올해 말이다. 사전확정요금제, 사전예약제, 구독요금제 등 택시 서비스 활성화 대책은 이르면 내년에나 시작될 예정이다. 실행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졸속 대책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대책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개인택시 기사의 고령화와 법인택시 기사의 이직 증가 추세를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40~50대 가장이 가족을 부양할 정도는 벌이가 돼야 하는데 임금이 낮으니 소일거리하는 노인들만 남은 게 현실이다. 호출료, 기본요금 인상 정도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

손님을 태우지 않은 시간은 근무시간에서 빼고, 수당을 깎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변형 전액관리제는 ‘기사 복지’ 강화라는 애초 취지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택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회사가 운송사업 면허와 차량을 기사에게 임대하고 리스비를 받는 법인택시 리스제 도입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사실상 단거리 손님에 대한 승차거부 도구로 사용되는 목적지 표시제는 더 이상 이어갈 명분이 없다. 반년 넘게 계속돼온 택시 대란에 시민들은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국토부의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