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살 것 5개만 사면 된다"…울고 싶은 파리바게뜨 점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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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 조짐 보이는 SPC 불매운동
끼임 사망 이어 손가락절단 사고
미숙한 대응에 또 사고…불매운동 확산
가맹점은 매출 줄어 어려움 호소
일각선 "소상공인 죽이는 꼴" 얘기도
끼임 사망 이어 손가락절단 사고
미숙한 대응에 또 사고…불매운동 확산
가맹점은 매출 줄어 어려움 호소
일각선 "소상공인 죽이는 꼴" 얘기도

# 번화가에 위치한 한 파리바게뜨 매장은 지난 주말 동안 장사를 대부분 공쳤다. 인근 세 곳의 빵집 중 가장 장사가 잘되던 매장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엔 달랐다. 이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 씨(23)는 “평소 매출의 절반이 빠진 것 같다. 평소처럼 물량을 들여왔는데 사장님이 당황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SPC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 근로자가 근무 중 사망한 데 이어, 또 다른 계열사 근로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까지 발생해 엎친 데 덮쳤다. 다소 뒤늦은 경영진 사과 등 후속 대응도 불매운동 움직임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건 초기 불매운동이 움트기 시작했을 때는 ‘용두사미’를 예측한 이들이 많았지만, 회사의 미숙한 조치에 시간이 지날수록 불매운동 움직임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000여 가맹점 불매운동 영향권
24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SPC 불매’ ‘#SPC 불매운동’ ‘#멈춰라 SPC’ 등의 해시태그를 단 불매운동 관련 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또 다른 근로자가 다쳤다. 더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든 물건을 소비하고 싶지 않다” “피로 만든 제품을 먹지 않겠다”며 SPC그룹 계열사 브랜드 리스트를 공유했다.
사고 후 SPC그룹 대응도 불매운동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SPC그룹은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근로자 A 씨의 빈소에 상조 지원품으로 빵 두 상자를 전달해 인간적 존중이 없다는 질타를 받았다. 게다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발표 직후 또 다시 계열사 직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하면서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파리크라상과 SPL 등 SPC 주요 계열사에서 최근 5년 새 산업재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파리크라상과 피비파트너즈, 비알코리아, SPL 등 SPC 계열사 4곳에서 산재 피해를 당한 사람은 2017년 4명에서 2021년 147명으로 늘었다. 올해 9월 기준으로도 115명의 재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10개 살 것 4~5개만 사면 된다"
이번 SPC 불매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장기화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 무조건 SPC 제품을 사면 안 된다는 차원을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SPC 제품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불매운동이 오래 못갈 것”이라며 “평소 10개 사던 것을 4~5개만 산다고 생각해도 충분하다. 그런 움직임이 계속되면 결국 기업은 타격을 입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SPC를 거래처로 둔 경우 이 사실이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면서 “사실 시중 제과·제빵 관련 상품 중 SPC와 거래하지 않는 기업이 드물 정도”라고 했다. 이어 “불매운동 타깃이 된다 해도 당장 거래처를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대 간 벽도 허물어졌다.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20~40대가 불매운동 초기부터 합류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10대 청소년이나 50~60대 중장년층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학생 딸을 둔 양모 씨(61)는 “딸이 뉴스를 본 후 SPC 제품은 피해야 한다면서 SNS에서 본 불매 리스트를 카톡으로 공유해줬다”고 했다.
울고 싶은 가맹점주들 어쩌나

파리바게뜨나 베스킨라빈스 등을 불매하면 결국 가맹점주의 매출만 떨어진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협의회는 앞서 낸 입장문에서 “이런 분노가 생업을 이어가는 일반 가맹점들에게는 큰 고통”이라며 “본사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안전경영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불매운동 하는 소비자를 직접 접하는 건 주로 가맹점주”라면서 “기업도 국내외 평판이나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겠지만 가맹점주는 고객이 줄면서 폐업 등 생계를 위협받는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SPC그룹은 가맹점 피해 보상과 관련해 점주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가맹점주들과 만나 지난 20일부터 식빵, 단팥빵 등 완제품에 한해 반품 처리하기로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