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고지도부 전원을 자신의 측근으로 채우면서 중국이 국제관계에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등을 둘러싼 미국과의 주도권 싸움이 더 가속화하는 등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강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 결과에 대해 보도하면서 “중국이 정책 결정에서 실용주의보다 이데올로기에 더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 외교 정책의 상징인 전랑 외교를 주도해 온 왕이 외교장관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69)이 ‘7상8하(만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의 관례를 깨고 중앙정치국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선임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모두 ‘시자쥔(習家軍·시진핑 가신그룹)’으로 구성돼 시 주석의 목소리가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외신들은 미국과의 신냉전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시 주석은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와 냉전식 사고, 내정 간섭, 이중 잣대를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이 국제 관계에서 미국과 맞붙을 때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그는 또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함으로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발전 가능성을 증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며 일종의 가치 전쟁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공산당 헌법인 당장에는 처음으로 대만 독립에 대한 반대가 명기됐다.

미국과 각을 세우면서 러시아 등 우방과는 전략적 공조가 긴밀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N방송은 “시 주석의 메시지는 외교정책 측면에서 더욱 공격적인 중국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미”라며 “중국이 외부 세력에 맞서 우방들과 결집해야 한다는 뜻을 암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