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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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200 기업을 15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2020년 11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대형주 ‘바닥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는 반도체, 2차전지 업종 등 대형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형주만 골라 쓸어담는 외국인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200 기업을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수했다. 15거래일간 2조5163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전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30억원어치, 145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울 때도 코스피200 기업은 담았다.
대형株로 몰려간 외국인…바닥잡기 돌입?
15거래일 연속 순매수는 2020년 11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2020년 말은 국내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때다. 그해 11월 외국인 투자자는 17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선 외국인이 국내 대형주를 저가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국내 증시는 역사적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 달러 환산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약 39% 떨어졌다. 하락률로 따지면 세계 주요국 중 1위다. 2위 독일은 달러 기준 -38%다.

국내 대형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낮은 상황이다. 코스피200의 전일 기준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8.30배, 0.83배다. 코스닥(21.96배, 1.57배)은 물론 유가증권시장 전체(9.54배, 0.86배)보다 모두 낮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은 “한국 증시 낙폭이 다른 국가보다 과도한 편”이라며 “배당시즌까지 임박했음을 고려할 때 외국인에게 한국 주식을 안 살 이유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도체·2차전지株 주목

외국인들은 코스피200 기업 중에서도 반도체주를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이달만 삼성전자 주식 8612억4426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유가증권시장 기준 순매수 1위다. SK하이닉스 주식은 7805억2210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각각 5.27%, 8.90%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2446억1785만원), 삼성SDI(2407억6529만원) 등 2차전지주도 외국인 순매수 3, 4위를 기록했다. 담배기업 KT&G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5일을 제외하고 두 달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수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장은 “대형주 중에서도 기업 경쟁력이 높은 기업에 저가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종목을 장기 투자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역사적 저평가 수준에 놓여 있는 종목인 만큼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편 부장은 “주식 투자의 기본 원리는 시장이 안 좋을 때 바닥에서 사고 꼭대기에서 파는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순매수하는 종목을 골라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