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진흥원. 사진=네이버 거리뷰
서민금융진흥원. 사진=네이버 거리뷰
2400억원 규모 서민금융진흥원 여유자금 위탁운용사 선정 경쟁에 기업 8곳이 몰린 가운데 이변이 벌어졌다. 기존 위탁사인 한국투자증권이 1차 정량평가에서부터 탈락했기 때문이다.

21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민금융진흥원은 자사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정량평가 결과 통과한 업체 6곳에 정성평가 대상 사실을 알렸다. 통과기업은 운용사 3곳(미래에셋·삼성·신한자산운용)과 증권사(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하나증권) 3곳으로 파악됐다. 서금원은 지난 19일까지 이들 기업으로부터 정성평가·가격제안 관련 제안서를 제출 받았다.

정량평가는 전문인력 인원수와 경력, 순자산·일임계약 총액 평균과 증가율, 운용성과 등을 적은 서류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정성평가는 '프레젠테이션 절차'로도 불리는데, 운용전략과 자문지원 방안 등을 골자로 현장에서 업체별로 제안서를 발표한 내용을 갖고 심사한다.

당초 이번 위탁운용사 선정에 응찰한 기업은 8곳으로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증권 두 곳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8년부터 4년째 홀로 서금원의 자금운용을 맡아온 한국투자증권이 정량평가 문턱도 넘지 못했단 점에서 업계는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서금원 관계자는 "정량평가 위탁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받은 자료를 토대로 선정한 것이어서 구체적인 정황은 알지 못한다"며 "정황을 안다고 하더라도 특정 업체가 떨어진 배경을 설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찰 과정에선 해프닝도 일어났다. 서금원은 조달청을 통해 위탁운용사를 뽑기 때문에 조달청에 전자입찰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한 대형 증권사가 조달청이 아닌 서금원에 서류 접수를 하면서, 입찰 자체가 무효가 됐다. 행정 착오를 일으킨 이 증권사를 포함하면 사실상 당초 응찰사는 9곳인 셈이다.

한편 서금원은 정량평가를 통과한 6곳을 대상으로 내달 1일 제안서 평가회를 진행한다. 최종 결과는 같은 달 7일께 발표될 전망이다. 정량평가를 통해선 업권별 상위 3개사씩을 선정했지만 최종 협상대상자를 가릴 땐 업권 구분 없이 총점 기준으로 두 곳을 선정한다는 게 서금원의 입장이다.

앞선 4년간 서금원은 한국투자증권의 일임형 랩을 통해 여윳돈을 운용했다. 앞으로는 기관 두 곳을 선정해 복수 체계로 여유재원 전체를 일임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위탁자금 규모는 운용사별로 각각 1200억원 안팎이고 투자댇상은 신용등급 AA- 이상의 국내채권이다. 계약기간은 2년이고 운용실적에 따라 2년간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서금원이 정한 보수율 상한은 7bp(1bp=0.01%)다.

서금원 관계자는 "서금원에 OCIO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두 회사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보다 나은 여유자금 운용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