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 사진=한경DB
예탁결제원. 사진=한경DB
외부 전문가 집단에 여유자금 운용을 맡기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제도를 도입하는 기금·기관들이 늘고 있다. 기금은 그동안 예금이나 채권 투자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여윳돈을 더 적극적으로 운용해 보려는 움직임에 OCIO 시장도 커지고 있다.

OCIO 제도는 말 뜻 그대로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역할을 아웃소싱한다는 의미다. 연기금과 국가기관, 법인 등이 여유자금을 외부 투자전문가인 증권사나 운용사에 일임해 운용하는 체계다. 전략적 의사결정 권한의 상당부분이 수탁자인 운용기관에 위임되는 만큼 내부 전문 운용인력이 부족한 위탁자로서는 최적의 대안으로 꼽힌다.

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최근 OCIO 도입과 관련한 자문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용역 결과를 활용해 여유자금에 대하 OCIO를 도입해 관리할 것인지, 내부에서 직접 운용할 것인지를 연말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용역의 골자는 다른 기관 위탁운용 사례들로 직접운용과 위탁운용, 적정 위탁운용방식 등을 비교해 가며 운용방식의 적정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OCIO를 도입할 경우 예탁결제원의 사정에 맞는 3개년 '목표수익률'과 위탁운용 자산에 대한 '허용 위험한도' 등도 설정한다. 아울러 자산군별 기대수익률, 전략적·전술적 적정자산 배분안 등을 아우른 자산배분안도 마련한다.

기관들의 OCIO 도입은 점점 늘고 있다. 올 6월에는 '사랑의 열매'로 유명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시작했다. 그간 모금회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 3곳의 일임형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여윳돈을 운용했다. 하지만 모금회 재원 운용의 수익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 1곳을 선정해 여유재원 전체를 일임하는 방식을 취했다. 운용기관으로는 NH투자증권이 선정됐다. 회사는 2024년 5월까지 사랑의열매 운용재원인 2300억원을 운용한다.

지난 1월부터는 예금보험공사가 OCIO 대열에 합류했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자산을 외부에 위탁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기금융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를 연기금투자풀에 예탁 중인 예금보험공사는 국내 채권 등 기타 투자자산에 대해서는 직접 운용 정책을 펴왔다. 이런 가운데 예금보험공사는 1조5000억원 안팎의 채권자산을 굴릴 위탁운용사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최종 선정했다.

기관들이 기획재정부가 주도한 공적기금 재간접 투자기구 '연기금 투자풀' 마저 마다하고 외부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것은 수익성과 전문성 때문이다. 연기금투자풀은 수십개 공적 연기금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주간운용사가 복수여서 투자자별 목적에 맞는 맞춤형 운용과 포괄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내부에서 직접 운용하기에는 운용전략 수립 등 전문적인 일을 수행할 인력이 갖춰지지 않은 기관이 대부분이다.

기금 한 관계자는 "해마다 여윳돈이 늘다보니 안전성을 유지하되 수익률을 제고하는 방향에 대해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다"며 "현 OCIO 운용기관의 운용성과가 양호할 경우 논의를 거쳐 운용사들이 맡는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운용사 OCIO 담당 한 임원은 "채권 운용에서 나아가 주식과 대체자산 등 투자대상 자산군을 다양화하는 추세인 만큼 전문 인력의 손을 빌릴 여지가 많아졌다"며 "알음알음 여윳돈을 맡기던 과거와 달리 운용효율성과 수익률을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개선하려는 기관들의 인식 변화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