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오른쪽 네 번째)과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첫 번째)를 비롯한 5개 조선업체 최고경영자 등이 19일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에서 열린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 행사에서 선언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오른쪽 네 번째)과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첫 번째)를 비롯한 5개 조선업체 최고경영자 등이 19일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에서 열린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 행사에서 선언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정부가 19일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인력난 해소’와 ‘원·하청 이중구조 완화’다. 인력난 해소 대책은 주당 최대 64시간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한도를 연 90일에서 180일로 확대하고 국내외 조선업 종사자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는 논란이 예상된다. 원·하청 근로자 간 이익 공유가 대책으로 포함되면서다.

상생협의체 가동

정부 대책은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이 계기가 됐다. 파업 과정에서 조선업 인력난, 원·하청 근로자 간 임금 격차 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선산업 격차 해소 및 구조개선 대책’을 보면 조선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부족 인력은 올 4분기 6625명에서 내년 1분기 7453명, 2분기 1만711명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조선업종 인력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임금 격차가 다른 업종에 비해 크다는 점을 꼽았다. 하청 근로자의 연봉은 원청업체의 50~7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른 업종은 통상 원청업체의 80% 수준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종은 하청업체의 임금과 근로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하청뿐 아니라 하청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물량팀’까지 있을 만큼 하도급 구조가 다단계화돼 있다.
특별연장근로 180일로 늘려 조선업 인력난 해소…'이익공유'는 논란
정부는 이에 따라 주요 조선사와 협력사가 참여하는 원·하청 상생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협약에는 적정 기성금(하도급 대금) 지급, 하청사 대형화와 물량팀 축소 유도, 물량팀 재하도급 자제, 원·하청 근로자 간 이익 공유 등의 내용이 담긴다. 정부는 또 공정거래 질서를 위해 조선업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개선하고, 내년 상반기에 하도급 대금 결제 조건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규제나 재정 투입 대신 원·하청업체 간 상생을 통해 해법을 마련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밝혔다.

인력난 해소에도 나선다. 우선 연간 특별연장근로기간 한도를 90일에서 180일로 확대한다. 외국인 비전문 취업 인력(E-9 비자)을 조선업에 최우선 배정하고, 사업장별 고용 허용 인원도 확대한다. 올해 말까지 2500여 명을 입국시킬 계획이다. 협력사에서 근무한 하청 근로자에게 원청 정규직 전환 응시 자격을 부여하는 ‘채용 사다리’ 제도도 부활시키기로 했다.

이익 공유는 논란

원·하청 이중구조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이익 공유는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익 공유를 할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원·하청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원청인 조선업체가 예상보다 많은 이익을 내면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하도급대금을 늘리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기득권 타파’는 건드리지 않은 채 이익 공유부터 꺼낸 건 핵심을 건너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원청업체 이익의 얼마를 공유해야 하는지로 들어가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이익 배분 기준을 놓고 원·하청업체가 갈등을 빚는 것은 물론 원·하청 근로자 간 노노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익 공유를 대안으로 던져놓고 실질적인 해법은 못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는 “이중구조 개선은 결국 원청에 귀속돼야 할 파이가 하청으로 간다는 의미”라며 “원·하청 노조 간 갈등을 넘어 원청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끌어낼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