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원협의회 위원장 인선 등 대대적인 당협 정비에 나서자 당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차기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 1순위로 꼽히는 당협위원장 자리에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를 대거 배치하려는 수순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당내 분열이 재점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현재 전국 당협 235곳 중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은 68개나 된다. 비대위는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후 다음달부터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당협의 당협위원장 공모에 나설 방침이다. 전국적 당무감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대대적 ‘물갈이’도 예고했다. 당협위원장 인선 규모가 최대 1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정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친윤계 그룹이 주도하는 ‘반대파 솎아내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일반적으로 당협위원장 인선은 당 대표의 권한인데 임시지도부인 비대위가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당협위원장은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차기 전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다. 윤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가처분 문제가 해소되자마자 마치 평온하고 정상적인 지도부인 듯 당협 줄 세우기에 들어간 모양새”라고 날을 세웠다. 유력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좀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지만 당협 정비보다는 최대한 빨리 전대를 열자는 입장이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당협위원장이 내정된 16개 당협이 공모 대상에 포함된 점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당은 이 전 대표 체제이던 지난 5월 이 전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허은아 의원(서울 동대문을) 등을 사고 당협 16곳의 당협위원장으로 내정하고 조직강화특위 의결까지 마쳤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최고위원회 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당의 정상화와 안정화를 위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작업”이라며 각종 논란에 선을 그었다. 전대를 안정적으로 치르고, 총선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해선 당협 정비가 필수라는 것이다. 김행 비대위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진석 비대위에서는 사고 당협 정비와 정기 당무감사를 당권 장악의 전초작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며 “비대위의 ‘제 사람 심기’ ‘줄 세우기’라는 일부 의원의 지적은 어처구니없는 비난이다. 당헌·당규 절차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9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취임 후 첫 오찬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