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폭주가 끝이 없다. 그제 밤부터 어제 새벽과 오후에 군용기 위협 비행, 탄도미사일 발사, 포 사격 등 연쇄 도발로 한반도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북한 군용기 10여 대가 남측이 설정한 전술조치선을 넘어 비행금지구역 인근까지 내려오자 우리 전투기들이 출동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날렸고, 동·서해에서 쏜 560여 발의 포탄은 9·19 합의 때 설정한 해상 완충구역에 떨어졌다.

2018년 평양 회담에서 채택한 9·19 합의는 남북한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일대 비행과 포 사격훈련 금지, 동·서해 완충구역에서의 포사격 및 해상 훈련 중지를 담고 있는데 북한이 대놓고 깨버린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19년 해안포 사격과 이듬해 남측 초소를 향한 총격,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합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그런 만큼 우리만 사문화한 합의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이번뿐만 아니라 북한의 최근 도발 행태를 보면 무차별적이다. 지난 12일 2000㎞를 날아간 순항미사일은 타원 및 8자형 저고도 비행 궤도를 그려 탐지와 요격이 매우 어렵다. 올 들어 27차례 도발을 통해 회피기동, 저수지 발사 등 요격이 힘든 신종 미사일을 대거 선보였다. 그러나 우리 대비 태세를 보면 미덥지 못하다. 북한이 탄도·순항미사일, 방사포 등을 한꺼번에 쏜다면 ‘3축(선제 원점 타격, 요격, 대량 응징보복)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 3축 체계 완성엔 수년이 더 걸리는데, 벌써 원점 타격용 핵심 미사일들이 허점을 드러내 우려를 키운다. 현무-2 미사일이 고장을 일으켜 거꾸로 날아가 떨어진 데 이어 에이태큼스 한 발은 어디로 간지 모른다. 요격용 SM-2 미사일은 오작동이 빈번하다고 한다. 이래서 어떻게 군을 믿고 발을 뻗고 잘 수 있겠나.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성공한다면 동북아 안보 정세는 요동칠 것이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지정학적 위기가 자칫 경제로 옮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미국의 연이은 기록적 물가상승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고, 이는 한국에 고환율, 고금리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무역수지와 성장률, 경제 전망 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는 악화 일색이다. 안보 위기마저 가중된다면 우리 경제가 제2 금융·외환위기로 비화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안보 불안 불식을 위해선 압도적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 3축 체계 보완 및 조속 구축 등 미사일과 핵 방어력을 강화하는 게 다급하다. 강한 안보 없이는 경제도 없다. 북핵 대응을 두고 ‘안보 포퓰리즘’ 논쟁을 벌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