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7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로 '당원권 정지 1년' 처분을 택했다. 애초 예상됐던 제명이나 탈당 권유 등 역풍이 불 수 있는 '초강수'는 아니면서도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수준으로 수위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날 약 5시간에 걸친 윤리위 전체회의 끝에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추가 징계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비대위 전환이) 당론으로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핵심 징계 이유"라며 "당내 민주적인 의사결정 행위를 배격하는 것으로, 당원권이 정지된 당 대표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비난과 모욕적 표현으로 타인의 명예 훼손했고, 당내 혼란 가중시켜 민심 이탈을 촉진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양두구육', '신군부' 등 표현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비난한 일로 윤리위의 추가 징계 심의 대상이 됐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기존에 받았던 6개월 징계에 1년이 추가되면서 이 전 대표는 2024년 1월 8일 이후 당원권을 회복하게 된다. 내년 6월까지 임기 였던 당 대표직을 사실상 잃게 되는 것은 물론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차기 전당대회 출마도 불가능하다. 2024년 4월로 예정된 총선 공천을 받기 위한 요건 충족도 물리적으로 어려워진다.

총선 공천을 받으려면 공천 신청일 기준으로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책임당원은 당비를 1년 중 3개월 이상 납부해야 한다. 이 전 대표가 당원권을 회복하는 때는 2024년 1월9일이고, 총선은 그로부터 3개월여 뒤인 4월10일에 개최된다. 여기에 '공천을 선거일 45일 전까지 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한 당규까지 고려하면, 공천 신청일 기준 이 전 대표가 책임당원의 지위를 획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전략공천 등 예외 조항을 고려하면 공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전주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윤리위의 당원권 1년 추가 정지 징계 결정에 대해 "총선 출마에 대한 기회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겠느냐"며 "이 전 대표에게 어느정도의 길을 열어주면서도 자중하라는 의미를 주는, 균형을 잡기 위해서 많이 고심한 결정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에게 '당을 디스하고 다니면 공천은 없다'는 의미"라며 "그러나 앞으로 개과천선해서 당에 협력하면 공천을 주겠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윤리위의 이번 결정에 이 전 대표측 의원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당론에 거스르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는 것은 민주적인 정당 운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김웅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그의 직무를 정지하자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을 거론하며 "이양희씨 논리대로라면 본안소송을 패소했으니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징계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공천 탈락에 반발하여 가처분 신청했던 수많은 선당후사 호소인들께도 당원권 정지 1년씩 때려주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비꼬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리위 결정에 대해 하태경 의원은 "윤리위의 징계는 옹졸한 정치보복"이라고 했고, 허은아 의원은 "오늘은 이준석 개인이 아니라, 보수의 '자유'가 사라진 날"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표 측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 등의 말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계획은 없는 것 같다"면서 "당 내외의 많은 분들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을 가지려고 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