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OB, 카레이싱 모임…스타트업 명사들의 놀라운 인맥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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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계 황금 인맥①- 출신 기업, 취미 따라 모인다
‘천재 개발자’로 불린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는 지난 2017년 큰 시련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네오위즈에서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을 만들었고, 네이버가 인수한 인터넷검색업체 첫눈의 창업 멤버입니다. 네이버에서는 글로벌 다운로드 3억 건 이상을 기록한 스마트폰 카메라 앱 ‘B612’도 개발했습니다. 남 대표는 2017년 게임사 위메이드로부터 100억원 투자 약속받고 창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이메일로 투자 철회 의사를 밝혔죠. 한동안 힘들었던 남 대표의 지원자로 나선 건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입니다. 장 의장은 보이저엑스에 15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장 의장과 남 대표는 국내 IT업계의 대표적인 인맥(人脈)인 네오위즈와 첫눈 출신입니다. 장 의장은 네오위즈의 창업 멤버였고, 첫눈은 창업자 겸 대표였습니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의 끈끈한 인연이 보이저엑스 성장의 바탕이 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보이저엑스는 AI 기반 영상 편집기 ‘브루’, 손글씨 폰트 제작 서비스 ‘온글잎’ 등을 출시하며 국내 대표적인 AI 스타트업으로 컸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생긴 ‘한국 스타트업 인맥 지도’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중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특정 회사 출신이 많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경력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2년에 도입한 사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C랩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C랩 스핀오프 제도를 통해 창업도 독려한다. 창업에 나선 직원에게 초기 사업자금과 창업 지원금을 제공한다. 창업 후 5년 내 재입사 기회까지 준다. 지금까지 혁신 기술을 앞세운 59개 회사가 C랩에서 분사했다. 디지털치료제 방식의 불면증 치료제를 개발한 웰트의 강성지 대표, 5G용 웨어러블 360 카메라를 만든 링크플로우의 김용국 대표 등 C랩 출신이다. 지난 5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창업 경진대회인 ‘디데이(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우승한 아동용 스마트기기 솔루션업체 필로토는 올해 삼성전자에서 분사했다. C랩에서 분사한 한 스타트업의 관계자는 “삼성은 미국 가전 전시회 CES에 C랩 부스를 따로 만들어 해외 진출도 지원하는 등 C랩 출신들이 만날 기회도 적지 않아 퇴사 후에도 서로 고민을 토로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주요 인맥 발원지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서비스가 대부분 정보기술(IT)이 바탕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경험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된다. 카카오에서 퇴사해 액셀러레이터업체 김기사랩을 창업한 신명진 공동 대표는 “수천 만명이 이용한 IT 서비스를 운영해 본 기회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은 다채롭다. 핑크퐁, 아기상어 등 유아용 엔터테인먼트 IP(지식재산권)을 보유한 핑크퐁컴퍼니의 김민석 대표, 직장인 대상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의 문성욱 대표,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대표나 자회사 대표 출신도 잇따라 창업에 나섰다. 최근 인터파크 대표에 취임한 최휘영 대표는 2000년대 네이버(당시 NHN) 대표를 맡다가 2016년 여행 스타트업 트리플을 창업했다. 정욱 전 한게임(네이버 게임 자회사) 대표는 2012년 게임 스타트업 넵튠을 창업했다. 카카오게임즈가 2020년 넵튠을 인수했다. 김정호 전 한게임 대표도 네이버 퇴사 후 2012년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사회적 기업으로 유명한 베어베터를 설립했다. 송창현 전 네이버랩스(네이버 기술 전문 자회사) 대표는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전 코드42)을 창업했다. 이 기업은 올해 현대차가 인수했다.
카카오가 인수한 스타트업 출신들이 다시 창업에 나선 경우도 계속 나오고 있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카카오가 2012년에 인수한 소셜커머스 스타트업 씽크리얼스를 설립하고 대표까지 맡았다. 씽크리얼스는 소셜커머스 모음 사이트 ‘쿠폰모아’, 여성의류 쇼핑몰 정보를 제공하는 ‘포켓스타일’ 등을 운영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 초창기의 성장에 힘을 보탰다.
전화 통화 내용을 문자로 변환해주는 서비스 '비토'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리턴제로의 이참솔 대표, 정주영 최고기술책임자(CTO) 등도 두 번째로 창업했다. 앞서 이들은 2011년 다른 동료와 모바일 소셜커머스 서비스인 로티플을 설립했다. 로티플은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카카오에 매각됐다. 리턴제로의 창업 멤버들은 카카오에 합류해 카카오 초창기의 각종 서비스를 만들었다.
페이스북 기반 게임으로 글로벌 이용자 1억명을 확보한 슈퍼진의 나영채 공동대표도 비슷한 경우다. 카카오가 2013년에 인수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트업 써니로프트 출신이다. 나 대표도 카카오 초창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담당했다. 2015년에 설립된 카카오 필리핀 법인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다가 퇴사하고 슈퍼진을 창업했다.
네오위즈 출신도 한국 IT업계에 두루 포진해 있다. 네오위즈는 나성균 전 네오위즈홀딩스 대표와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주축으로 1996년에 설립했다. 처음에는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 등 인터넷 서비스로 시작했고 게임 개발과 유통이 핵심 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이사회 의장, 김창욱 스노우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최관호 엑스엘게임즈 대표,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 등이 네오위즈 출신이다. 네오위즈는 일명 ‘첫눈 마피아’로 이어진다. 첫눈은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2005년 설립한 인터넷 검색 전문업체다. 검색 단어별 웹문서의 중복 정도를 분석해 관련 정보를 추출하는 독창적인 검색기술인 ‘스노우 랭크’를 보유하고 있었다. 네이버는 350억원을 투자해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직원 60여 명의 첫눈을 사들였다. 당시(2005년) 네이버 영업이익의 25%가 넘는 거액이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만든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 이상호 11번가 대표, 김병학 전 카카오 부사장, 박의빈 라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라인 출신이다.
설립된 지 10여 년밖에 되지 않은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의 조성우 대표, 푸드테크 업체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 공유주방 고스트키친’ 운영사 단추로끓인수프의 최정이 대표 등은 2015~2016년 우아한형제들에서 함께 근무했다.
좋아하는 취미로 모인 스타트업 업계 모임도 눈에 띈다. 이레이싱팀이 대표적이다. 이레이싱팀은 자동차와 카레이싱에 관심이 많은 스타트업 관련 기업인의 모임이자 카레이싱팀이다. 성공한 연쇄 창업자로 유명한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임정민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상무,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모바일 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전 대표,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에스이웍스의 홍민표 대표 등이 2011년 결성했다. 처음에는 친분있는 스타트업 창업가가 서로 고민을 나누는 모임이었다. 공통 관심사인 카레이싱에 대한 열정이 커지면서 창업가(entrepreneurs)들의 카레이싱 모임이라는 뜻으로 이레이싱이라는 카레이싱팀까지 만들었다. 팀을 결성한 이후 패션 온라인 플랫폼 서울스토어의 윤반석 전 대표, 프로그래밍 교육기업 멋쟁이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 임현수 전 선데이토즈 최고기술책임자(CTO), 김상우 쏘카 데이터비즈니스본부장, 사물인터넷(IoT) 아씨오의 윤동희 대표 등도 합류했다.
팀 구성 초창기에는 고카트(작은 경주용차)를 타며 카레이싱의 기본기를 닦았다. 핀란드에서 드리프트(차가 옆으로 미끄러지며 코너를 도는 기술) 훈련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회원들의 회사 업무 일정에 따라 일부만 ‘현대 벨로스터 N 컵’ 같은 카레이싱 대회에 참가한다. 이레이싱팀 구성원들은 카레이싱 대회만 목적으로 모이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만나 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 이슈를 공유하고 국내 관련 산업의 현안도 고민한다. 이레이싱팀에 모인 일부 멤버는 경주용 자율주행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쓰리세컨즈와 멋쟁이사자처럼에 투자했다.
독서 모임도 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 아니다. 관련 모임인 ‘토요일 랩(Saturday Lab)’에선 토요일 1시부터 5시까지 서울 논현동 카페에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읽는다. 모임을 이끄는 안재원 큐피스트 대표는 “책을 읽고 나오는 모임을 4년간 참여해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임 전 부랴부랴 책을 읽고 있었다”며 “효율이 떨어진다고 느껴 바쁜 스타트업 업계 사람들과 함께 모여 속 편히 책을 읽는 모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를 비롯해 한성배 짐싸 대표, 박찬후 긱블 창업자, 조재연 베이글코드 전략·사업개발 팀장·, 심민경 그립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매니저 등이 정규 멤버다. 다른 인물을 초청해 데려오는 것은 자유롭다. 구성원 대부분이 창업가이거나 조직 책임자다 보니 주로 경영 관련 서적이 인기다. 한 대표는 최근 모임에서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가져가 읽었다. 마케팅 전략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알 리스 잭 트라우트의 저서다. 한 대표는 “각자의 회사가 지닌 고민이 책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며 “서로 인상 깊은 내용을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분위기도 생겨나, 모임 한 번에 다양한 주제를 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엔 한국의 국가번호 82를 딴 ‘82스타트업’이라는 한국인 창업자 모임이 있다. 2018년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 주도로 창업자 9명이 저녁 식사를 하다가 만들었다. 개인적인 친목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하는 창업자 멘토링과 북클럽 등을 통해 성장을 돕는 곳이 됐다.
82스타트업의 슬로건은 ‘Pay it Forward(선행 실천하기)’다. 실리콘밸리의 선배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를 도와주려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지금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비사장 기업)이 된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 업무협업툴 기업 스윗의 이주환 대표,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 안익진 몰로코 대표,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등이 82스타트업의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베이 에어리어 케이그룹(Bay Area K-group)은 실리콘밸리 지역을 중심으로 테크산업에 종사하는 한국인들의 가장 큰 모임이다. 지금은 인공지능(AI) 번역 스타트업인 엑스엘에이트의 정영훈 대표가 회장을 맡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연쇄창업가로 유명한 엔컴퓨팅의 송영길 대표,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등이 이 네트워크의 회장을 지냈다. 교포 2세도 있지만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 취업한 토종 한국인이 이 모임에 많다.
장 의장과 남 대표는 국내 IT업계의 대표적인 인맥(人脈)인 네오위즈와 첫눈 출신입니다. 장 의장은 네오위즈의 창업 멤버였고, 첫눈은 창업자 겸 대표였습니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의 끈끈한 인연이 보이저엑스 성장의 바탕이 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보이저엑스는 AI 기반 영상 편집기 ‘브루’, 손글씨 폰트 제작 서비스 ‘온글잎’ 등을 출시하며 국내 대표적인 AI 스타트업으로 컸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생긴 ‘한국 스타트업 인맥 지도’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스타트업 창업자 최다 배출은 삼성?
한국인은 유별나게 인맥(人脈)을 좋아한다고 한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뭉친다. 해외에서는 ‘네트워크(network)’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능력이나 성과를 무시한 ‘친목질’이라는 비난한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인맥은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맨손으로 회사를 창업하고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로 독려하고 자극을 주면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성장하고 있다.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중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특정 회사 출신이 많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경력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2년에 도입한 사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C랩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C랩 스핀오프 제도를 통해 창업도 독려한다. 창업에 나선 직원에게 초기 사업자금과 창업 지원금을 제공한다. 창업 후 5년 내 재입사 기회까지 준다. 지금까지 혁신 기술을 앞세운 59개 회사가 C랩에서 분사했다. 디지털치료제 방식의 불면증 치료제를 개발한 웰트의 강성지 대표, 5G용 웨어러블 360 카메라를 만든 링크플로우의 김용국 대표 등 C랩 출신이다. 지난 5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창업 경진대회인 ‘디데이(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우승한 아동용 스마트기기 솔루션업체 필로토는 올해 삼성전자에서 분사했다. C랩에서 분사한 한 스타트업의 관계자는 “삼성은 미국 가전 전시회 CES에 C랩 부스를 따로 만들어 해외 진출도 지원하는 등 C랩 출신들이 만날 기회도 적지 않아 퇴사 후에도 서로 고민을 토로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주요 인맥 발원지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서비스가 대부분 정보기술(IT)이 바탕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경험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된다. 카카오에서 퇴사해 액셀러레이터업체 김기사랩을 창업한 신명진 공동 대표는 “수천 만명이 이용한 IT 서비스를 운영해 본 기회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은 다채롭다. 핑크퐁, 아기상어 등 유아용 엔터테인먼트 IP(지식재산권)을 보유한 핑크퐁컴퍼니의 김민석 대표, 직장인 대상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의 문성욱 대표,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대표나 자회사 대표 출신도 잇따라 창업에 나섰다. 최근 인터파크 대표에 취임한 최휘영 대표는 2000년대 네이버(당시 NHN) 대표를 맡다가 2016년 여행 스타트업 트리플을 창업했다. 정욱 전 한게임(네이버 게임 자회사) 대표는 2012년 게임 스타트업 넵튠을 창업했다. 카카오게임즈가 2020년 넵튠을 인수했다. 김정호 전 한게임 대표도 네이버 퇴사 후 2012년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사회적 기업으로 유명한 베어베터를 설립했다. 송창현 전 네이버랩스(네이버 기술 전문 자회사) 대표는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전 코드42)을 창업했다. 이 기업은 올해 현대차가 인수했다.
카카오 출신은 김범수 전 의장이 창업 독려
카카오 출신의 유망 스타트업 대표들은 상당수가 카카오톡의 카톡방에서 꾸준히 소통하는 걸로 알려졌다. 대부분 카카오 사원 번호 800번 아래의 카카오 초기 멤버들이다. 같은 부서에 일했거나 옆 부서 동료였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 김성용 남의집 대표 등이 카카오 출신이다. 상당수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의 영향을 받았다. 김 전 카카오 의장은 직원에게 창업을 자주 권했다. 카카오 필리핀 법인장을 역임했던 이진호 슈퍼진 공동대표는 “창업하기 전에 김범수 전 의장을 뵙고 사업 아이템을 말씀드렸고 결국 카카오의 투자도 받았다”고 말했다.카카오가 인수한 스타트업 출신들이 다시 창업에 나선 경우도 계속 나오고 있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카카오가 2012년에 인수한 소셜커머스 스타트업 씽크리얼스를 설립하고 대표까지 맡았다. 씽크리얼스는 소셜커머스 모음 사이트 ‘쿠폰모아’, 여성의류 쇼핑몰 정보를 제공하는 ‘포켓스타일’ 등을 운영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 초창기의 성장에 힘을 보탰다.
전화 통화 내용을 문자로 변환해주는 서비스 '비토'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리턴제로의 이참솔 대표, 정주영 최고기술책임자(CTO) 등도 두 번째로 창업했다. 앞서 이들은 2011년 다른 동료와 모바일 소셜커머스 서비스인 로티플을 설립했다. 로티플은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카카오에 매각됐다. 리턴제로의 창업 멤버들은 카카오에 합류해 카카오 초창기의 각종 서비스를 만들었다.
페이스북 기반 게임으로 글로벌 이용자 1억명을 확보한 슈퍼진의 나영채 공동대표도 비슷한 경우다. 카카오가 2013년에 인수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트업 써니로프트 출신이다. 나 대표도 카카오 초창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담당했다. 2015년에 설립된 카카오 필리핀 법인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다가 퇴사하고 슈퍼진을 창업했다.
네오위즈 출신도 한국 IT업계에 두루 포진해 있다. 네오위즈는 나성균 전 네오위즈홀딩스 대표와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주축으로 1996년에 설립했다. 처음에는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 등 인터넷 서비스로 시작했고 게임 개발과 유통이 핵심 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이사회 의장, 김창욱 스노우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최관호 엑스엘게임즈 대표,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 등이 네오위즈 출신이다. 네오위즈는 일명 ‘첫눈 마피아’로 이어진다. 첫눈은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2005년 설립한 인터넷 검색 전문업체다. 검색 단어별 웹문서의 중복 정도를 분석해 관련 정보를 추출하는 독창적인 검색기술인 ‘스노우 랭크’를 보유하고 있었다. 네이버는 350억원을 투자해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직원 60여 명의 첫눈을 사들였다. 당시(2005년) 네이버 영업이익의 25%가 넘는 거액이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만든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 이상호 11번가 대표, 김병학 전 카카오 부사장, 박의빈 라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라인 출신이다.
설립된 지 10여 년밖에 되지 않은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의 조성우 대표, 푸드테크 업체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 공유주방 고스트키친’ 운영사 단추로끓인수프의 최정이 대표 등은 2015~2016년 우아한형제들에서 함께 근무했다.
좋아하는 취미로 모인 스타트업 업계 모임도 눈에 띈다. 이레이싱팀이 대표적이다. 이레이싱팀은 자동차와 카레이싱에 관심이 많은 스타트업 관련 기업인의 모임이자 카레이싱팀이다. 성공한 연쇄 창업자로 유명한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임정민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상무,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모바일 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전 대표,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에스이웍스의 홍민표 대표 등이 2011년 결성했다. 처음에는 친분있는 스타트업 창업가가 서로 고민을 나누는 모임이었다. 공통 관심사인 카레이싱에 대한 열정이 커지면서 창업가(entrepreneurs)들의 카레이싱 모임이라는 뜻으로 이레이싱이라는 카레이싱팀까지 만들었다. 팀을 결성한 이후 패션 온라인 플랫폼 서울스토어의 윤반석 전 대표, 프로그래밍 교육기업 멋쟁이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 임현수 전 선데이토즈 최고기술책임자(CTO), 김상우 쏘카 데이터비즈니스본부장, 사물인터넷(IoT) 아씨오의 윤동희 대표 등도 합류했다.
팀 구성 초창기에는 고카트(작은 경주용차)를 타며 카레이싱의 기본기를 닦았다. 핀란드에서 드리프트(차가 옆으로 미끄러지며 코너를 도는 기술) 훈련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회원들의 회사 업무 일정에 따라 일부만 ‘현대 벨로스터 N 컵’ 같은 카레이싱 대회에 참가한다. 이레이싱팀 구성원들은 카레이싱 대회만 목적으로 모이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만나 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 이슈를 공유하고 국내 관련 산업의 현안도 고민한다. 이레이싱팀에 모인 일부 멤버는 경주용 자율주행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쓰리세컨즈와 멋쟁이사자처럼에 투자했다.
독서 모임도 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 아니다. 관련 모임인 ‘토요일 랩(Saturday Lab)’에선 토요일 1시부터 5시까지 서울 논현동 카페에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읽는다. 모임을 이끄는 안재원 큐피스트 대표는 “책을 읽고 나오는 모임을 4년간 참여해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임 전 부랴부랴 책을 읽고 있었다”며 “효율이 떨어진다고 느껴 바쁜 스타트업 업계 사람들과 함께 모여 속 편히 책을 읽는 모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를 비롯해 한성배 짐싸 대표, 박찬후 긱블 창업자, 조재연 베이글코드 전략·사업개발 팀장·, 심민경 그립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매니저 등이 정규 멤버다. 다른 인물을 초청해 데려오는 것은 자유롭다. 구성원 대부분이 창업가이거나 조직 책임자다 보니 주로 경영 관련 서적이 인기다. 한 대표는 최근 모임에서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가져가 읽었다. 마케팅 전략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알 리스 잭 트라우트의 저서다. 한 대표는 “각자의 회사가 지닌 고민이 책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며 “서로 인상 깊은 내용을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분위기도 생겨나, 모임 한 번에 다양한 주제를 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엔 한국의 국가번호 82를 딴 ‘82스타트업’이라는 한국인 창업자 모임이 있다. 2018년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 주도로 창업자 9명이 저녁 식사를 하다가 만들었다. 개인적인 친목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하는 창업자 멘토링과 북클럽 등을 통해 성장을 돕는 곳이 됐다.
82스타트업의 슬로건은 ‘Pay it Forward(선행 실천하기)’다. 실리콘밸리의 선배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를 도와주려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지금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비사장 기업)이 된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 업무협업툴 기업 스윗의 이주환 대표,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 안익진 몰로코 대표,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등이 82스타트업의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베이 에어리어 케이그룹(Bay Area K-group)은 실리콘밸리 지역을 중심으로 테크산업에 종사하는 한국인들의 가장 큰 모임이다. 지금은 인공지능(AI) 번역 스타트업인 엑스엘에이트의 정영훈 대표가 회장을 맡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연쇄창업가로 유명한 엔컴퓨팅의 송영길 대표,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등이 이 네트워크의 회장을 지냈다. 교포 2세도 있지만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 취업한 토종 한국인이 이 모임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