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8일 또다시 급락해 22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4.57포인트(2.45%) 내린 2169.29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8원40전 오른 1439원9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을 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코스피지수가 28일 또다시 급락해 22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4.57포인트(2.45%) 내린 2169.29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8원40전 오른 1439원9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을 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면서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증시가 28일 일제히 급락했다. 글로벌 수요의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지던 애플의 신형 아이폰마저 반응이 신통치 않다는 뉴스가 나오자 증시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급락했지만 2000선이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2.45% 떨어진 2169.29에 장을 마쳤다. 연저점 경신은 물론 종가 기준 2020년 7월 10일(2150.25) 후 최저 수준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1.50%, 1.58% 하락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도 2.61%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달러화 가치가 재차 급등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영국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인해 영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연 5%를 넘어섰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위안화 환율도 장중 달러당 7.22위안까지 치솟았다.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인덱스가 200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인 114.7선까지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2원대까지 치솟았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이날 하루 1.26% 하락해 감세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로 급락한 영국 파운드화(달러 대비 0.76% 하락)보다 절하폭이 컸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위안화와 유로화 급락에 원화 가치가 이중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신형 아이폰14 시리즈 증산 계획을 접었다는 소식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더욱 부채질했다.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판매량이 굳건하던 애플마저 경기 침체의 늪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뉴스가 보도되자 증시는 순식간에 공포에 사로잡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497억원, 기관은 1782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홀로 3251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융시장 투자심리가 망가지면서 작은 뉴스에도 투매가 나오는 비이성적인 ‘패닉 셀링’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진 2200선까지 무너지면서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82배까지 하락했다. 장부 가치 대비 20%가량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 밸류에이션(PBR 0.81배)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단을 예측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장이 펼쳐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00선을 밑돌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여파로 인해 내년 한국 상장기업의 이익은 올해 대비 최소 5~10%가량 감소할 것”이라며 “2000선을 하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2000~2200선에서 하락 추세가 마무리되더라도 당분간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회복하는 국면에선 늘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이 뒤따랐지만 지금은 유동성을 공급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