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육·장애인 지원 등 담당하는 사회서비스원법 1주년 토론회
정부, '민간주도 사회서비스' 추진…사회서비스원도 '민간 조력자'로 역할 변경
대구·울산 등 이미 통폐합 움직임…"낡은 시장주의로 회기" 비판
"'민간주도 돌봄 강화'로 법제정 1년만에 사회서비스원 위기"
민간에 쏠린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이 관련 법 통과 1년만에 기능 개편 추진으로 다시 공공성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사회서비스원을 서비스 직접 제공자가 아닌 민간서비스의 조력자 역할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사회서비스원법 제정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토론회는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 주관했다.

"'민간주도 돌봄 강화'로 법제정 1년만에 사회서비스원 위기"
◇ '민간 탈피' 목적 사회서비스원, '민간 지원'으로 역할 전환 예고
발제를 맡은 김진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국정과제 이행계획에서 근거법 제정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기능 개편안을 올해 안에 만들겠다고 했다"며 "공공책임성 강화라는 사회서비스원의 목표는 폐기되거나 형해화(형식만 있고 가치가 없어짐)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사회서비스원은 정부나 지자체의 위탁을 받아 요양, 보육, 방과후돌봄, 장애인 활동 지원 등 사회서비스를 공적 영역에서 직접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2019년 서울, 대구, 경기, 경남 등에 처음 설립됐고 작년 9월24일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부산, 충북, 경북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설치됐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기도 했다.

사회서비스 영역이 민간 중심의 공급구조를 가져 운영의 불투명성, 비민주성, 효과성 결여 등의 '시장 실패'를 거뒀다는 문제 의식에서 사회서비스의 공공책임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민간 사회서비스 공급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률이 제정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다시 돌봄 서비스를 민간 중심으로 확대, 고도화할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국정과제에도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민간협업 활성화 및 사회서비스 혁신 지원 강화'로 규정하며 '민간 지원'을 강조했다.

"'민간주도 돌봄 강화'로 법제정 1년만에 사회서비스원 위기"
◇ 대구·울산 등 사회서비스원 통폐합 추진…"역할·기능축소" 비판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사회서비스원의 통폐합 절차가 진행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대구의 경우 사회서비스원이 다른 3개 기관과 함께 '대구행복진흥원'으로 통합됐고, 울산에서는 사회서비스원을 여성가족개발원, 울산연구원과 통폐합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두 지역 모두 여당 소속 인사가 자치단체장이다.

김진석 위원장은 발제에서 "중앙과 지방의 정치권력 교체와 더불어 사회서비스원 정책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이미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들도 대구와 울산을 기점으로 기관 통폐합 형태로 역할·기능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정부가 (민간) 프랜차이즈 확대 계획을 내비치고 있어 사회서비스원의 입법 취지였던 돌봄 서비스의 공적 지원이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곳곳에서 사회서비스원을 퇴색시키려는 움직임도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전체 사회복지시설 중 국가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시설은 1.2%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시설이 민간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사회서비스를 민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사회서비스 분야의 핵심적인 문제들은 민간 중심 공급구조가 초래한 것인데 정부가 다시 민간 중심의 공급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낡은 시장주의로 회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간주도 돌봄 강화'로 법제정 1년만에 사회서비스원 위기"
◇ 조규홍 "민간 기관 육성도 공공성 강화 방안"
복지부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 사회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복지장관 후보자(복지부 1차관)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사회복지 분야에서 오랜 시간 역할을 해온 민간기관의 창의성, 전문성을 활용하면서 서비스의 품질 관리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서비스 분야의 공급자는 규모가 영세해 서비스의 질이 낮고 종사자의 처우도 열악한 상황"이라며 "민간의 창의·기술을 활용하고 제공자 지원을 통해 규모를 키우거나 서로 연계해 질 높은 사회서비스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의 사회서비스 공급자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는 시도의 사회서비스원 통폐합 움직임에 대해서는 "설립 및 해산은 시도지사의 권한으로 복지부가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통폐합은) 지방 공공기관 효율화 차원에서 시도지사의 정책적 판단 하에 지방의회와의 협의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