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제청 법원 "위험성 낮아졌는데 감염인 활동 대부분 금지"…헌재 첫 심판
헌재, 'HIV 전파매개행위 처벌' 에이즈예방법 11월 공개변론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람의 '전파매개행위'를 처벌하는 현행법이 위헌인지를 놓고 헌법재판소가 오는 11월 공개변론을 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약칭 에이즈예방법) 19조와 25조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변론기일을 오는 11월 10일로 정했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다.

HIV로 면역체계가 손상됐거나 이로 인해 감염성 질환이나 종양 등이 발생한 사람을 에이즈 환자라고 부른다.

심판 대상인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19조는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한 사람은 같은 법 25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번 헌법재판은 지난 2019년 서울서부지법 재판부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위반 사건 1심을 진행 중이던 당시 재판부는 처벌 근거인 19조가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반했다며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당시 법원 재판부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19조 속의 '체액'이 신체 분비물 중 어디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인지, '전파매개행위'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감염인의 혈액과 체액을 통해'라고 정의하는 한 감염인은 타인과 같은 빨대를 사용하거나 운동하면서 함께 땀을 흘린 후 옷깃을 스치거나 공중밀집지에서 재채기해도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며 "한번 감염인이 되면 사실상 접촉을 수반한 인간으로서의 자유로운 활동이 대부분 금지 대상에 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청 법원은 의학 기술의 발달로 에이즈가 만성질환의 하나로 인식되는 추세인데다 약을 먹으면 실제 바이러스가 대부분 억제되는 등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졌음에도 심판 대상 조항 때문에 감염인이 인간적 관계를 포기하고 살아야 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도 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이 헌재 위헌 심판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첫 사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단체들은 위헌 여부를 두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시민건강연구소 등은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등의 연구 성과를 근거로 "감염인이 약을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혈액 속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적어지고, 이 상태를 유지하면 감염·전파도 되지 않는다"며 "비과학적인 편견을 담은 현행법은 사회적 낙인과 차별로 감염을 확인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할 동기를 약화할 뿐"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성과학연구협회 등 존치 입장의 단체는 "바이러스가 억제된다고 해도 실제로 전파될 확률은 0%에 가깝다는 의미지 0%라는 것은 아니다.

전파 위험도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며 "법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