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 이제는 겨울을 준비할 때다
올해 추석 경기는 예년에 비해 불안하게 느껴진다. 환율이 급등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등 경제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추석도 비슷했다. 당시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9월 중순의 연휴 마지막 날,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소식이 전해졌고 그 직후 금융시장 변수들이 일제히 악화했다. 2005년 말 31%에 불과하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2008년 9월 말 78.5%로 급등했던 한국 경제에 대한 충격도 상당해 2008년 4분기에만 원·달러 환율이 30% 넘게 상승했다.

물론 올해 9월의 국내외 경제 상황은 2008년과는 매우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리는 당시에는 미국 주택금융 버블 붕괴로 발생한 충격이 금융시장을 통해 전 세계적 위기로 파급되면서 한국과 같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의 취약한 외환 부문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지금은 Fed를 위시한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각국의 경기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면서 경제 구조가 비교적 견실한 미국 달러화만 가치가 올라 각국 통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이 모두 오름세를 보이는 구조다.

위기 대응을 위해 확장적으로 운용했던 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을 ‘출구전략’이라고 하는데, 올 들어 Fed가 시행한 금리 인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비경제적 사건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전망이 갑자기 악화하면서 ‘전략’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하게 진행됐다. 최근에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빠른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미국 경제가 조만간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므로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정되는 ‘질서 있는 출구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결국 내년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에 의해 글로벌 경제의 큰 방향이 정해지는 불확실성이 반복될 것이다. 선진국의 성장률 등 실물경제 지표는 어떤 경우든 금리 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가시화하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 증가세도 약화하는 모습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이 유지되는 경우 일부 신흥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과 더불어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국 경제는 금융 및 외환 건전성이 높고 실물경제도 비교적 안정돼 2008년과 같은 위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달러화 가치 상승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각국 통화의 환율과 동반 상승하는 모습은 불가피할 것이다. 반대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정되는 경우에는 각국의 달러화 대비 환율도 점차 낮아지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불안은 해소되겠지만 수출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할 것이다.

국내 민간 소비나 고정 투자 등 내수 경기에 대한 금리 인상의 영향도 내년에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약해지는 데 따른 긍정적 효과도 있겠지만, 노동 및 자본 비용 상승의 부정적 효과와 함께 반도체 경기 둔화의 파급효과도 점차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문별 상황에 대한 가설적 전망은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올해보다 낮은 수준에서 2%를 중심으로 상하방에 걸쳐 넓게 분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적극적인 정책 대응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연계된 대외 불확실성이 크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도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재정 정책도 지난 정부의 수요 확대 정책과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정책 여력이 소진됐다. 국가 간에 가열되고 있는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 경쟁에 뒤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위한 재원을 축적할 필요도 크다. 통화정책은 단기적 경기 안정에, 재정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산 측면의 성장 잠재력을 배양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거시경제 정책의 역할 분담’ 추세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더운 날씨이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실력을 키우는 전략을 통해 자국 우선주의 강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몰고 오는 겨울을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