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제재 탓 러, 간단한 군수품 생산도 못하는듯"
중국 외면 속 국제사회 눈치 안보는 북한·이란에 손짓
"러, 우크라전 쓰려고 북한서 로켓·포탄 수백만발 구입"[미 정보](종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려고 북한에서 포탄과 로켓 수백만발을 사들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새로 비밀에서 해제된 미국 정보를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이 비밀 해제 정보에서 정확한 무기의 종류, 수송 시기와 규모에 대한 세부 내용은 거의 밝히지 않았다.

NYT는 해당 거래에 대해 자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AP, 로이터 통신도 NYT의 이 같은 보도를 정보당국 취재를 통해 확인해 보도했다.

한 익명의 미국 관리는 러시아가 북한에서 군사 물자를 조달하려는 것은 "어느 정도는 수출 통제와 제재 때문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심각한 공급 부족을 계속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대러시아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무기류나 무기 제작을 위한 전자 장치 구매를 막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 관리는 러시아가 향후 추가적인 북한 군사 장비 구매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리는 러시아가 북한에서 어느 정도의 무기를 구매하려는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이날 정보는 러시아가 서방과의 관계악화와 제재 때문에 군수품 보급이 어려워져 소수 권위주의 국가에 손을 내민다는 관측 속에 공개됐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군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기 위해 지난달 이란산 드론(UAV·무인항공기)을 들여왔다고 최근 주장했다.

백악관은 러시아가 도입한 이란산 드론에 기술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애초 러시아는 중국이 서방의 대러시아 수출규제에 맞서 러시아군에 계속 물자를 제공하기를 바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러시아군을 겨냥한 수출 통제 조치를 준수하고 있으며 군사 장비나 부품을 판매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NYT는 북한과 이란의 경우 이미 미국과 국제 사회의 제재로 이미 국제 무역에서 고립돼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거래해서 잃을 것이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국이 북한에서 무기를 구매하는 행위는 북한 정권의 군비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유엔 결의 위반이다.

다만 이번 구매가 러시아의 무기 생산을 막기 위한 수출규제와 얼마만큼 관련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군사 전문가 프레더릭 케이건은 북한이 생산하는 152㎜ 포탄이나 카추샤식 로켓에는 첨단 기술은 들어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 미국 관리는 NYT에 이 같은 북한과의 새로운 거래는 러시아가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케이건도 러시아가 북한에서 포탄이나 로켓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은 러시아가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간단한 군수품조차 생산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이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에 따른 안보 위협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방인 러시아를 적극 옹호하면서 러시아와 관계 강화를 추구해왔다.

북한은 지난 7월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이 두 지역 재건 사업에 건설 노동자 파견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DPR과 LPR의 독립을 인정한 나라는 러시아 외에 시리아와 북한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