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존슨(38·미국)이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로 옮긴 후 4경기 만에 상금으로만 약 1000만달러(약 137억원)를 벌었다. 올해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디오픈 우승상금이 250만달러였으니,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메이저대회 우승자만큼 번 셈이다. 그가 우승한 것은 네 경기 중 딱 한 번뿐이다.

30대 후반인 존슨의 경기력이 한창때보다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남았다면 꿈도 꿀 수 없는 돈을 거머쥐었다는 평가가 현지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존슨은 “LIV는 (많은 톱랭커가 합류하면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지닌 선수를 많이 보유하게 됐다”며 “이런 리그에서 우승한 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PGA 때보다 상금 10배 늘어

존슨은 5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볼턴의 더인터내셔널(파70)에서 열린 LIV 4차전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5언더파 195타를 친 그는 동타를 기록한 호아킨 니만(24·칠레), 아니르반 라히리(35·인도)와 18번홀(파5)에서 연장전을 치렀다. 존슨은 연장 1차전에서 이글 퍼트를 꽂아 넣으며 우승컵을 품었다. 앞선 1~3차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들었던 존슨이 LIV에서 거둔 첫 우승이다.

이 이글 퍼트 한 방으로 존슨은 우승상금 400만달러, 단체전 우승상금 75만달러를 더해 475만달러를 쓸어 담았다. 미국 ESPN에 따르면 앞서 1~3차전에서 개인상금과 팀 상금으로 521만2500달러를 쓸어 담은 존슨의 LIV 누적 상금은 996만2500달러가 됐다.

대회당 평균 상금만 놓고 보면 PGA투어 시절보다 약 10배 많다. 존슨은 지금까지 PGA투어 대회에 307차례 뛰어 7489만달러를 챙겼다. 경기당 24만3964달러를 번 셈이다. LIV에선 경기당 249만달러를 챙겼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따지면 LIV가 PGA의 10배에 달한다. 외신에 따르면 존슨은 상금과 별개로 LIV 이적료로 1억2500만달러(약 1715억원)를 받았다.

존슨은 우승 인터뷰에서 PGA투어를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앞으로 더 좋은 선수들이 LIV로 넘어올 것이며 더 훌륭한 선수 라인업을 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더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며 “물론 지금도 LIV는 상당한 수준을 갖춘 리그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연장에서 10m ‘챔피언 이글 퍼트’

2타 차 3위로 출발한 존슨은 1번홀(파4)에서 보기로 출발했다. 하지만 2번홀(파3)에서 바로 버디로 타수를 만회하더니 13번홀(파3)까지 버디 6개를 쓸어 담으며 공동 선두로 나섰다. 18번홀에서 버디를 낚아챘다면 연장전 없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으나 두 번째 샷이 페어웨이를 크게 벗어나 겨우 파로 막았다.

그랬던 18번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존슨은 연장 1차전에서 두 번째 샷을 핀 우측 약 10m 지점에 올려놓으며 이글 기회를 만들었다. 존슨의 퍼터를 떠난 공은 속도가 붙으며 홀로 향했고, 홀 뒷벽을 세게 때린 뒤 한 차례 튀어 올랐다가 그대로 들어갔다. 존슨은 “친 순간 살짝 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홀로 직접 가라고 기도했는데, 그게 들어갔다”며 웃었다.

2021~2022시즌 PGA투어를 마친 뒤 LIV에 합류한 세계랭킹 2위 캐머런 스미스(29·호주)는 데뷔전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196타 공동 4위로 마무리했다. 이날 3번홀(파4)에서 경기를 시작한 스미스는 18번홀까지 8타를 줄이고 공동선두로 나섰으나 1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연장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