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자본으로 운영되는 LIV골프가 경기 중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차별화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레그 노먼 LIV골프 커미셔너(67·호주)는 4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볼턴의 더 인터내셔널에서 ‘LIV 골프 보스턴’ 1라운드가 끝난 뒤 “2라운드부터 경기 중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최근 들어 남자들의 ‘반바지 라운드’를 허용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드레스코드(복장 규정)로 금지하는 골프장이 꽤 많다. 반바지를 입는 조건으로 무릎까지 오는 양말을 신는 걸 내거는 골프장도 있다. 털이 무성한 맨다리가 다른 골퍼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거의 모든 국내외 남자 프로투어는 반바지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PGA투어는 “선수들은 코스에서 프로처럼 보여야 한다”며 대회 중에는 긴 바지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연습라운드와 대회 사전 행사인 프로암에서만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한다.

선수와 달리 캐디는 1999년부터 대회 중에도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완화됐다. 일부 캐디가 무더운 날씨에 무거운 골프백을 들고 다니다 탈진하자 PGA투어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여자 선수는 치마는 물론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도 반바지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코리안투어 규정집 제5조 1항은 “모든 선수는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 할 적절한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며 “칼라 있는 셔츠와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셔츠 끝단도 반드시 바지 안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다만 혹서기인 7~8월 개최 대회에 한해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과 협의 후 연습라운드에서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

LIV골프가 전격적으로 반바지를 허용한 것은 PGA투어와의 차별화를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전통을 강조하며 긴 바지를 고집하는 PGA투어와 달리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반바지 허용 발표를 무더위가 한풀 꺾인 시점에, 그것도 대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