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전화기에서 울리는 섬뜩한 벨소리…영화 '블랙폰'
1978년 미국 노스 덴버. 피니(메이슨 템스 분)와 여동생 그웬(매들린 맥그로)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빠(제러미 데이비스)와 학교 친구들의 폭력에도 씩씩하게 서로를 지킨다.

언젠가부터 동네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피니와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힌 학교 아이들도 종적을 감추고 만다.

마수는 피니에게도 뻗친다.

검은색 승합차를 몰고 다니는 '그래버'(이선 호크)는 자신을 마술사라고 소개하며 피니를 꾀어 간단하게 납치한다.

고장난 전화기에서 울리는 섬뜩한 벨소리…영화 '블랙폰'
피니가 갇힌 지하실에는 침대 하나만 덜렁 있다.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는 그래버는 벽에 걸린 검은색 다이얼 전화기가 고장 났고 울리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피니가 혼자 있을 때마다 울린다.

어둠 속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섬뜩하기만 하다.

피니는 전화를 건 아이들의 목소리를 알 듯 말 듯하다.

번갈아 가며 전화를 건 아이들은 피니에게 지하실에서 탈출할 방법을 일러준다.

건물 구조와 허점을 자세히 알고 있는 이유는 이들 역시 지하실에 갇힌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장난 전화기에서 울리는 섬뜩한 벨소리…영화 '블랙폰'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 '블랙폰'은 공포물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갑작스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가면을 쓴 사이코패스 그래버의 캐릭터 정도가 공포에 가까운 요소다.

그러나 점프 스케어(갑자기 놀라게 하는 기술) 같은 전형적 공포 장치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가면을 쓴 그래버의 얼굴이 영화 포스터를 가득 채운다.

이선 호크가 악당으로 연기 변신을 했지만, 정작 그래버의 사연이나 구체적인 범행 방식은 생략됐다.

영화는 피니와 그웬 남매, 전화를 걸어온 아이들 이야기에 집중한다.

시작과 함께 남매의 힘겨운 일상과 이를 이겨내는 용감한 마음가짐을 드라마처럼 자세히 묘사한다.

그래서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은 남매의 성장 스토리가 된다.

고장난 전화기에서 울리는 섬뜩한 벨소리…영화 '블랙폰'
영화에 전후 사정 설명이 생략되고 초자연적 현상이 종종 등장하는 이유는 일종의 미국식 귀신 이야기가 원작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스티븐 킹에 이어 호러 소설을 쓰는 작가 조 힐의 동명 단편이 원작이다.

스콧 데릭슨 감독은 '닥터 스트레인지'(2016)에 앞서 '살인소설' 시리즈와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2006) 등 공포물을 즐겨 만들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장치인 고장 난 전화기에 대해 "초자연적이고 끔찍한 것들을 평범하고 일상적인 부분들과 연결 지을 때 무서움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개봉. 103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