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협력사 2.1조 조기지급…이재용 의지 '역대 최대' [정지은의 산업노트]
삼성 계열사들이 추석을 앞두고 협력회사에 물품 대금 2조1000억원을 조기 지급한다고 31일 밝혔다. 명절을 앞두고 이뤄진 물품 대금 조기 지급 사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올해 추석 조기 지급 규모는 지난해 추석(8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늘었다. 삼성전자가 총지급 금액의 67%인 1조4000억원을 조기에 지급하기로 했다. 명절 물품 대금 조기 지급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등 11개 삼성 계열사가 참여한다.

물품 대금을 빨리 지급하는 것은 중소 협력회사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최대 열흘을 앞당겨 추석 연휴 전에 대금을 줄 계획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주요 계열사는 2011년부터 협력회사 물품 대금 지급 주기를 기존 월 2회에서 3~4회로 늘렸다.

삼성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로 물품 대금 조기 지급을 결정한 것은 이 부회장의 상생 비전에 따른 것”이라며 “국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광복절 복권 직후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성장’은 이 부회장이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키워드다. 그는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말했다. 2020년 1월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에선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18개 삼성 관계사는 임직원 대상 ‘추석 맞이 온라인 장터’를 연다. 삼성 관계사 자매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수산물과 특산품,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생산 상품 등을 판매하는 행사다. 삼성은 명절마다 각 사업장에서 오프라인 직거래 장터를 열어 농산물 판매를 지원해왔다. 2020년 추석부터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장터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삼성 임직원이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 온라인 장터에서 구매한 상품은 각 3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회사가 보유한 특허를 협력회사뿐 아니라 거래가 없는 기업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개방한 특허가 2만7000건에 달한다. 이 중 1600여 건은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