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든 글로벌 빅테크엔 공통점이 있다.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세계 수억 명의 플랫폼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플랫폼에 새 서비스를 얹으면 신사업이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런 식으로 뛰어든 사업 중 하나다. 국내 테크 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드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중 하나가 카카오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사진)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하기에 유리한 플랫폼을 카카오만큼 다양하게 보유한 회사는 국내에 없다”고 했다. “의료 정보 비대칭 해소”분당서울대병원 교수였던 황 대표가 카카오로 옮긴 건 지난해 말이다. 올해 3월 카카오헬스케어가 출범하면서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밑그림을 그려왔다.그는 “‘메시지를 공짜로 보낼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카카오톡의 출발이었다”며 “카카오헬스케어의 시작은 ‘의료진과 일반 국민의 의료 정보 비대칭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였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비대칭은 국민에겐 일상적인 일이다. 3개월에 한 번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길어야 3분 남짓. 의사를 직접 마주하는 시간은 1년에 12분이다. 황 대표는 “나머지 364일 23시간48분은 환자 스스로 건강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환자가 혼자 있는 시간에는 카카오 플랫폼으로 케어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카카오 플랫폼을 매개로 병원(의료진)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 정보를 환자에게 알려줘 의료 정보의 ‘비대칭’을 ‘대칭’으로 바꾸는 것이 황 대표의 목표다. 환자가 의료진이 갖고 있는 자신의 진료 정보를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의사 진료를 대체하겠다는 건 아니다. 황 대표는 “의사를 대신하려는 접근보다 병원과 환자 간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식의 접근이 병원과 환자,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수용성이 크다”고 했다. “병원의 조력자 되겠다”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환자 개개인의 의료 정보가 있어야 한다. 서비스 영역별로 전문 기술도 필요하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두 가지를 외부 협력을 통해 끌어올 계획이다. 황 대표는 “카카오가 잘할 수 있는 건 분석한 데이터를 플랫폼에 담아 맞춤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병원 소유의 데이터는 가져올 생각이 없다고 했다. 병원 안에서 분석하겠다고 했다. 그는 “병원의 ‘데이터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다양한 헬스케어 스타트업과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개별 서비스에 대한 지식을 스타트업만큼 전문적으로 쌓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가 지니너스, 포트레이, 스카이랩스 같은 회사들과 협력하는 이유다. 황 대표는 “협력 범위와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스타트업이 카카오 같은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윈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별 맞춤 파트너십 고려”세계 헬스케어 시장의 절반은 미국이고 4분의 1은 유럽이다. 황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 건 좁은 국내 시장에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진출은 필수라는 얘기다. 다만 고민스러운 지점도 있다. 카카오 플랫폼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국내여서다. 그는 “카카오의 역량을 극대화할수록 국내 사업이 된다는 건 딜레마”라며 “국가별 맞춤 파트너십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글=한재영 /사진=허문찬 기자 jyhan@hankyung.com
‘다빈치’로 유명한 세계 1위 로봇수술기업 인튜이티브서지컬은 2012년 미국 밖 첫 지사 설립 국가로 한국을 택했다. 국내 외과 의사들의 뛰어난 수술 기술, 환자들의 높은 혁신 기술 수용도, 투명한 의료시스템 등이 갖춰져 혁신 교두보로 삼기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다.10년이 지났다.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서울 상암사옥은 로봇수술 기술을 교육하는 아시아 트레이닝 메카가 됐다. 취임 1년을 맞아 기자를 만난 최용범 대표(사진)는 6일 “의료진과 한 팀이 돼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다빈치는 매 순간 진화하고 있다”며 “생명 앞에 겸손한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인튜이티브는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됐다. 시작은 군사 목적이었다. 먼 거리에 있는 군 장병의 수술을 위해 의사가 콘솔 박스에 들어가 로봇팔을 조정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2000년 세계 첫 수술 보조 로봇으로 허가받았다.다빈치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2005년. 신촌세브란스병원에 기기가 처음 설치됐고 7년 뒤 인튜이티브는 한국에 세계 첫 지사를 세웠다. 한국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베팅은 주효했다. 인도 대만 동남아시아 등의 의사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아 로봇수술을 배우고 있다.초창기 비뇨기과 수술 등에 제한적으로 쓰이던 다빈치는 산부인과 질환, 위·대장·소장 수술 등에 활용되고 있다. 국내 의사들은 로봇수술 세계 표준을 마련하고 있다. 간 이식 기증자 수술에도 다빈치를 활용한다. 유방암 환자의 유두 모양을 살린 다빈치 유두보존유방절제술도 국내 의료진이 개발했다. 최근엔 자궁근종 수술에도 다빈치가 활용된다. 최 대표는 “의료진이 수술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다빈치에 축적돼 기술 개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인튜이티브는 연구개발(R&D)센터를 쉼 없이 가동하면서 매일 새 기술을 도입한다. 최근엔 수술 비용을 낮추고, 수술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 대표는 “기술을 개발해 로봇 팔의 사용 횟수를 15번, 20번으로 점차 늘리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일본 대만처럼 한국도 (로봇수술이) 건강보험 제도권에 진입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로봇수술 기업에서 최소 침습 치료를 위한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의사의 수술 장면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해주는 디지털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심나우’ 등 수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폐암 조직을 떼어낼 때 내시경을 활용하는 진단용 제품도 내놨다.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돕는 정밀치료 제품군도 개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 인재들이 세계로 나가도록 지원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암 진단업체 젠큐릭스가 인공지능(AI) 기반 유전체 분석기업과 손잡고 암 스크리닝 기술 개발에 나섰다.젠큐릭스는 바스젠바이오로부터 위암 발병 예측 바이오마커를 이전받았다고 6일 밝혔다. 바스젠바이오는 AI를 활용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유전체 정밀의료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젠큐릭스는 이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암 발생 전 발병 위험도를 예측하고 조기 진단을 도와주는 위험도 검사를 개발할 계획이다. 암 위험도 검사란 암이 발병하기 이전에 개인 유전변이를 분석해 고위험군을 미리 추려내는 기술이다.바스젠바이오는 시간개념 포함 바이오마커(TLBM) 기술을 이용해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 몇 년 뒤 암 발생도가 얼마나 된다는 수준의 모호한 분석이 아니라 연령대별 암 발생 위험을 제시할 만큼 구체적이고 정확한 편이다.이번 협력으로 젠큐릭스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존 암 사후평가와 액체생검에 이어 암 스크리닝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선천적 유전자 변이에 따른 암 발생 전 위험도 예측 검사가 추가됨으로써 예후 예측, 동반·조기 진단, 모니터링 검사 등 암 전주기에 걸친 진단검사가 가능해졌다. 위암뿐 아니라 다양한 암종의 위험도 검사를 개발하기 위해 바스젠바이오와의 협력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