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30일 “청량리를 서울 동북권 경제·문화 중심지로 탈바꿈시켜 ‘사대문 밖 첫 동네’라는 동대문구의 자부심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30일 “청량리를 서울 동북권 경제·문화 중심지로 탈바꿈시켜 ‘사대문 밖 첫 동네’라는 동대문구의 자부심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동대문구의 심장은 청량리입니다. 청량리 복합개발로 침체된 도시 기능을 다시 끌어올릴 겁니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도심, 베드타운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사대문 밖 첫 동네’라는 동대문구의 자부심이 사라지고 있다”며 “지금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바로 경제 활력, 도시 재활성화의 구심점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 정중앙에 있는 청량리는 이 같은 도시 재활성화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개발 여력이 있는 구(區) 내 공공부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고밀도 개발이 가능하고, 상업지역 비율이 높은 청량리 주변이 최적의 장소라는 게 이 구청장의 생각이다. 주거·문화·상업·업무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매력적인 지역으로 만들어 사람을 끌어모으고 오래 머무르게 한다는 게 기본적인 개발 구상이다. 이 구청장은 “청량리 주변은 인근 왕십리와 상봉역에 비해 개발이 더뎌 환승역의 기능을 뺏기고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곳에 머물고 있다”며 “민간 자본을 유치해 청량리를 서울 동북권 경제·문화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고 이와 연계해 인접 낙후 지역인 용두동, 제기동, 전농동 재개발에도 속도를 붙이겠다”고 강조했다.

청량리의 잠재 자원은 주변 젊은 층 유동인구다. 청량리 반경 2㎞ 내에 서울시립대를 비롯해 고려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KAIST 서울캠퍼스 등이 있다. 재학생 규모만 7만여 명에 달한다. 이 구청장은 “청량리 복합개발이 진행되면 신촌, 홍대와 같은 개방성 강한 상권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구용역을 거쳐 내년 1월까지 종합적인 개발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했다.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변 대학과 손잡고 지역 창업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서울시립대, 경희대, 한국외대와 함께 대학 안과 밖에 창업 지원 공간을 조성해 청년 창업을 유도할 방침이다. 내년 완공되는 동부청과시장 정비사업장에 창업·종합 커뮤니티센터인 청년취업사관학교를 설립해 신기술 분야 실무 역량 교육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정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방안 중 하나가 청년 창업 활성화”라며 “각 대학 총장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창업 지원 대책을 논의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대문구 내에는 1816개의 패션·봉제 업체가 있다. 그동안 지역 경제를 떠받쳐온 대표 산업이지만, 대부분 업체가 노후 건물이 밀접한 지역이나 주택 지하 등에 자리 잡고 있어 작업 여건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1인 영세 업체가 많아 생산 부가가치가 낮은 것도 향후 관련 산업 발전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문동 철도차량기지창에 관련 산업을 집약할 수 있는 패션·봉제 특구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청 내에 패션·봉제산업 관련 지원 조직도 신설했다. 그는 “영세한 생산 여건을 손질하고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해외 시장 판로 개척 지원 등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을 주는 데 집중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구내 풍물시장과 약령시장, 홍릉,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을 엮어 체험형 관광벨트로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도보와 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 복수의 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문화·관광해설사를 배치해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동대문구에 있는 전통시장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입소문이 퍼진 관광 명소”라며 “약령시장을 중국의 ‘동인당’처럼 해외 관광객도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시장으로 육성해가겠다”고 했다.

■ 이필형은 구청장은
12년 만에 보수 깃발 꽂은 '여의도 전략통'…국정원 28년 근무

보수 진영에서 서울 동대문구는 험지로 분류된다. 지난 10년간 주요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가 승리를 거둔 지역이다. 2010년 이후 민주당 소속인 유덕열 구청장이 내리 3선을 지냈다. 6·1 지방선거에서 12년 만에 보수 깃발을 꽂은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낙후된 지역 발전과 혁신적 변화를 원하는 구민의 바람이 모인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선거 운동 기간 동대문구 곳곳을 돌며 보고 들었던 주민들의 간절한 요구를 구정으로 실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첫 직장인 국가정보원에서 28년 일했다.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참여하며 사실상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에는 국정원 시절 정보요원과 검사 신분으로 업무적 인연을 맺은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 캠프에 합류해 조직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굵직굵직한 선거의 참모로 활약하며 ‘여의도 전략통’으로 불리기도 했다. 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생활 정치 현장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이 구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현장 밀착형 정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왕 도전할 거면 험지를 택하자는 생각에 동대문구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백두대간 종주기 <숨결이 나를 이끌고 있다> 등 4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1959년 경기 여주 출생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고려대 정치학 석사
▷국가정보원 근무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무위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윤석열 선거캠프 조직통합위원장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