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특히 파업)는 사업장에서의 생산활동 등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로 인하여 사용자나 근로자들에게 경제적인 손실을 주는 것은 당연하고, 나아가 사용자와 거래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도 손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한편,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여, '정당한' 쟁의행위의 경우 사용자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서는 헌법 제33조가 정한 노동3권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으로 노조법 제3조는 이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위법한 쟁의행위의 경우에는 당연히 사용자가 노동조합이나 이를 주도한 간부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제대로 조업을 못하거나 조업이 불가능해져 사용자가 거래상대방에게 계약상 채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 사용자가 거래상대방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가?

이 문제는 정당한 쟁의행위의 기간 중에도 사용자의 계약상 이행의무가 정지되지 않음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집단적 노동법상의 쟁의행위와 계약법상의 급부장애를 분리해서 판단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이에 대해 종래 우리나라의 다수설은 ‘분리설’의 입장인데,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집단적 노동법상의 행위에 대해서만 효력을 미치는 것이 원칙이고 그 행위로 야기된 제3자(사용자의 거래상대방)에 대한 급부장애에는 어떠한 효력도 미칠 수 없으므로, 사용자는 채무자로서 거래상대방에게 채무불이행 책임을 져야 하고, 다만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기대가능성의 관점에 따라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반면 통합설은 집단적 노동법과 계약법에 대한 평가를 분리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정당한 쟁의행위의 경우 사용자는 헌법 제33조 제1항에서 보장된 협약자치제도의 당사자로서 노사 사이의 근로조건 결정과 관련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이고, 그 결과 민법상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는 사용자나 거래상대방 모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 되므로, 사용자는 거래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통합설의 경우에도 (1)사용자가 거래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한 후 약정된 이행기까지 사이에 상당한 사전조치를 강구했더라면 충분히 채무의 내용을 실현할 수 있었을 경우, (2)사용자가 쟁의행위의 발생 후 적절한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3)사용자 스스로가 위법한 행위를 하여 쟁의행위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어 거래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한다.


실무상으로는 단체협상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쟁의행위(파업)에 나아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사용자로서는 그 시간 동안 적절한 사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계약법적 관점에서는 쟁의행위는 채무자 내부에서 일어난 것으로 거래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이행보조자에 해당하는 노동조합의 불이행행위에 기한 것이어서 아무 책임이 없는 거래상대방에게 손해를 감수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정당한' 쟁의행위의 경우에 사용자가 거래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쉽지 않다.

한편, '정당한' 쟁의행위의 경우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거래상대방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는가?(노동조합은 사용자의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가지는 한 노동조합과 조합원은 사용자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거래상대방에 대해서도 민사상 책임, 즉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의 입장이다.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된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가지는 한 근로자들의 사용자에 대한 민사상 책임뿐만 아니라,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도 배제되므로 제3자는 그와 같은 쟁의행위에 의하여 받은 손해를 수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쟁의행위를 주도하는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대한 쟁의행위가 정당하다는 이유로 제3자에 대해서도 쟁의행위 수단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제기되고 있다. 즉, 쟁의행위의 규모와 종류를 정함에 있어 제3자가 받게 될 손해를 적정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권리일반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구체적인 쟁의행위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고로 대법원은 “근로자의 쟁의행위는 헌법 제33조 제1항에 보장된 권리의 행사로서 사용자 뿐만 아니라 제3자도 그에 의한 손해를 수인할 의무가 있으므로 정당한 쟁의행위에 의하여 제3자에게 손해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그 제3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할 것이나, 그 쟁의행위가 사용자와 거래관계에 있는 제3자의 권리를 구체적,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태양으로 행하여지고 그것이 정당성의 범위를 넘은 위법한 것이라고 평가되는 경우에는, 위 제3자는 노동조합이나 그 쟁의행위를 주도한 노동조합의 간부들에 대하여 쟁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7. 7. 11. 선고 97다1266 판결).

그러나 근로자의 쟁의권이 헌법상 권리이지만 제3자의 재산권도 헌법 제23조 제1항에 보장된 권리로서 그 중 어느 하나가 열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다만 제3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 경우라면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아가 제3자에게 수인의무가 발생하는 손해는 재산상 손해에 국한되어야 하고 헌법 제10조가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의 침해로써 발생하는 정신상 손해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도 고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사업에서 쟁의행위 수단으로 치료행위를 거부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쟁의행위를 감행하는 경우, 웨딩사업에서 쟁의행위 수단으로 전격적으로 결혼식의 진행을 거부하여 신랑신부 및 하객들에게 불측의 손해를 가하거나 피케팅이나 퍼포먼스로 결혼식의 존엄과 평온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등에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라고 하더라도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