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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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7일(현지시간)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연 4~5%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Fed) 주최로 열린 ‘잭슨홀 회의’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한은의 통화정책이 정부로부터는 어느 정도 독립했지만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Fed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한은이 Fed에 앞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어도 Fed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잭슨홀 회의 기조연설이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파월 의장 연설의 요지는 한동안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두고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또는 75bp 올린다는 것입니다.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통화정책을 변경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모두 제 생각과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장은 파월 의장 발언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을 얘기하는 것인가요.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입니다. 29일부터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입니다. 예측하기 어렵지만 원·달러 환율이 올라간다고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과도합니까.

“1997년, 2008년과 현재 상황은 엄연히 다릅니다. 당시엔 한국만의 위기이거나 아시아의 위기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자본이 확 빠져나가고, 다른 통화보다 원화 가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달러가 초강세를 보여도 원화가 주요국 통화와 같은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엔화는 말할 것도 없고 유로화보다 더 잘 버티고 있습니다.”

▷수출에도 도움이 돼 환율 걱정을 덜 한다고 봐야 합니까.

“환율 때문에 수출이 증가하는 건 옛날 얘기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 예전만큼 환율 상승기에 수출 증가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오히려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는 게 문제입니다. 특히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물가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앞으로 물가 전망은 어떻습니까.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통방)에서 물가상승률을 올해 5.2%, 내년 3.7%로 예상했습니다. 단기적으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3%를 기록한 7월보다 내려갈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고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쳤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파월 의장의 말처럼 한 달 지표로 인플레이션을 판단해선 안 됩니다.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인 2%대로 내려오지 않고 4~5%를 기록하는 한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당분간 물가 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통화정책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당분간 25bp 인상을 기본으로 생각한다는 얘기입니까.

“저는 그동안 단 한 번도 향후 기준금리 인상폭을 25bp나 50bp로 하겠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통방에서 전망한 수준으로 경제지표가 나오는 한 현재 금리 인상 속도를 유지할 계획입니다. 금리를 결정할 때는 물가뿐 아니라 성장률도 다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그것도 한은이 예상한 수준에서 움직이냐를 보고 통화정책 방향을 정할 생각입니다. 7월 통방 이후에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에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내년에 금리를 안 올릴 것이란 전망이 사라졌다’고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습니까.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정부로부터는 어느 정도 독립했지만 Fed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한국은 기축통화국도 아닌 데다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Fed 정책을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 때문에 한은이 Fed에 앞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어도 Fed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잭슨홀=정인설 특파원/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