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부터 이어진 폭우와 강풍에 주요 인삼 농가가 큰 피해를 봤다. 강원 횡성의 한 6년근 인삼밭 해가림 시설이 파괴돼 있다.  KGC인삼공사 제공
8월 초부터 이어진 폭우와 강풍에 주요 인삼 농가가 큰 피해를 봤다. 강원 횡성의 한 6년근 인삼밭 해가림 시설이 파괴돼 있다. KGC인삼공사 제공
올해 내내 이어진 이상기후 탓에 지금 시장에선 밭에서 나온 작물 중 값이 안 오른 품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시장에 내놓을 만한 정상품 출하량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용작물인 인삼도 비슷하다. 이달 초 있었던 폭우 여파로 강원 횡성, 경기 여주 등을 중심으로 밭이 물에 잠기거나 해가림 시설이 파괴되는 피해를 봤다. 그런데도 시세는 수해 전보다 되레 하락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극심한 침수 피해

28일 업계에 따르면 KGC인삼공사는 지난 23일부터 계약 농가가 인삼 수확에 들어가도록 했다. 수확되는 인삼부터 곧장 구매하고 있다. 인삼공사와 계약한 농가들은 통상 9월 초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인삼은 “물, 바람, 사람 발걸음 소리를 다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키우기 어렵다. 상품성이 가장 좋은 6년근 인삼을 재배하는 데엔 밭 정비 작업을 포함해 꼬박 8년이 걸린다.

토질이 작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햇빛이 강한 여름철에도 반그늘 상태와 서늘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해가림 시설을 설치하는 게 이 때문이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횡성 지역의 경우 하천 둑이 무너져 밭이 12시간 이상 침수됐고, 강풍에 의해 해가림 시설이 완파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하를 얼마 안 남긴 6년근 인삼 재배 농가의 타격이 특히 크다”며 “우리와 계약을 맺지 않은 농가도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르지 않는 가격

폭우로 '쑥대밭'됐는데…인삼 가격 그대로 왜?
실상이 이런데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인삼 가격은 내려가는 추세다. 충남 금산군의 ‘인삼가격정보’에 따르면 미계약토 수삼(말리지 않은 인삼) 10뿌리(총 750g)는 8월 셋째 주에 3만2000원에 거래됐다. 이는 폭우 직전인 7월 말(3만3000원)보다 1000원 하락한 금액이다.

미계약토는 인삼공사나 인삼농협과 계약을 맺지 않은 밭을 의미한다. 인삼 시세는 미계약토에서 재배한 수삼을 상인들이 매입해 금산이나 경북 영주 유통시장에서 거래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계약토에서 재배되는 인삼은 인삼공사, 농협 등이 사전에 농가와 합의한 가격에 사들인다. 인삼공사와 농협의 관리하에 재배되는 계약재배 인삼의 품질이 가장 좋다는 게 세간의 인식이어서 시세는 통상 계약금액에 비해 낮게 형성된다.

하지만 인삼공사나 농협이라고 시장 가격을 무시할 수는 없는 만큼 시세·계약금액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중고에 시달리는 인삼

인삼 시세가 이처럼 내려가는 핵심 요인으로는 장기간 이어진 계약토 축소세가 꼽힌다. 미계약토에서 수시로 유통시장에 나오는 인삼 물량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다. 한국인삼협회에 따르면 2011년까지만 해도 전체 재배면적의 56.6%가 계약토였다. 작년에는 비중이 33.7%로 낮아졌다.

여기에는 구조화·만성화한 수요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인삼 제품을 대체할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등장한 데 따른 것이다. 한 대형마트에서 올해(1~7월) 홍삼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줄었다.

외국인 일꾼 구하기가 다른 농가보다 더 어려운 점도 원인 중 하나다. 한 인삼 농가 관계자는 “재배 난도가 다른 농산물보다 훨씬 높은 인삼은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토로했다. 이 밖에 코로나19로 주요 구매자였던 중국과 베트남 보따리상의 유입이 급감하고, 지역 인삼 축제가 잇따라 취소된 것도 타격을 줬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