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혹 >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 본관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이날 법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정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김병언 기자
< 곤혹 >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 본관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이날 법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정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사실상 받아들였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26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 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 개의를 닷새 앞두고 집권 여당이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을 위기에 빠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대위 전환은) 당 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 상황이 발생해서가 아니라 일부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대위 활동이 이 전 대표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가처분 인용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했다. 주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하면 내년 1월 당원권 정지 징계가 끝나는 이 전 대표의 복귀가 불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법원 판결로 주 위원장의 직무 정지는 물론 주 위원장이 지명한 비대위원 및 주요 당직자의 활동도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에선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겸직하는 체제로 다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를 유출하며 당내 혼란을 부른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당 안팎의 거센 사퇴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새로 원내대표를 선출해 직무대행을 맡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7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 위원장은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한 것은 정당 자치라는 헌법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변호인단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가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 판결”이라며 “국민의힘은 판결을 존중해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최고위를 구성하고, 사퇴한 최고위원은 재선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당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올해 정기국회 과제로 내세운 규제 개혁과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 과제가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판결에 대해 “법원 결정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노경목/오현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