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측은 26일 법원이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데 대해 "사법부가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 파괴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측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했다"고 즉각 반발하며 이의신청을 예고했다.

李 측 "국힘, 법원 결정 엄중히 이행해야"

이 전 대표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탄생하는 일련의 과정이 절차가 위법할 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무효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법원은 '일부 최고위원들이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하여 비상 상황을 만들었는데,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며 '국민의힘 당헌 제96조에서 규정한 비상 상황이 아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채무자 국민의힘에 대한 각하 결정은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결정의 사전적인 단계에 불과하므로 별도로 결정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라며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엄중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으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하며, 사퇴한 최고위원은 당헌 제27조 제3항에 의해 선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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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法, 정당 자율권 지나친 침해"

국민의힘은 법원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며 이의신청을 예고했다. 유상범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등법원에 항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매우 당혹스럽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 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국민의힘이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당의 비상 상황에 대한 판단은 정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게 옳다"며 "당내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도 "오늘 법원의 결정은 국민의힘이 당헌에 대한 자체 유권해석에 따라 진행한 절차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으로 정당의 자율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당원들의 의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당내 문제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빠른 시일 내에 법률적 검토를 거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내일(27일)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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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정당민주주의에 반해"…李 '완승'?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주 위원장의 직무집행을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주 위원장 상대 직무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사실상 법원이 이 전 대표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을 모두 받아들였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전국위 의결 중 비대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며 "전국위 의결을 통해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기간이 도과되더라도 채권자(이 전 대표)가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최고위·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은 '당사자적격'이 없어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이 아닌 주 위원장과 다퉈야 할 사안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전국위 의결이 ARS 방식으로 이뤄진 것은 위법하거나 중대한 절차적 하자는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즉, 비대위를 출범시킨 절차에는 문제가 없지만, 애초에 출범 배경이었던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알 수 있는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설치해야 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채무자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지도체제를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