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 '멕시코 영웅견' 독살한 범인에 징역 10년6개월

멕시코서 동물 학대 관련 첫 재판 국민적 관심

중남미 재해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위해 활약했던 '멕시코 영웅견'을 독살한 남성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멕시코 케레타로 법원 알리시아 바수토 가르시아 판사는 23일(현지시간) 적십자사 구조견 아토스와 정서치료 지원견 탕고를 살해한 죄 등으로 기소된 남성에게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230만 페소(약 1억5천만원)의 배상액을 적십자사 등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6월 13일 멕시코 케레타로 적십자사 건물 안에 있던 아토스와 탕고에게 독극물을 묻힌 소시지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재판은 동물을 학대하고 죽인 범인에 대한 멕시코 내 첫 재판이어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피해견 측을 대변하는 모니카 우에르타 무뇨스 변호사는 "피고인이 최고 18년 형을 받을 수 있긴 했다"면서도 "동물 학대에 대해 멕시코 사법당국에서 처음으로 심리한 사건으로, 사회에 경각심을 줄 수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보더콜리 품종인 아토스는 국제수색구조견협회에서 인증한 전문견이었다.

2017년 9월 19일 한국인 1명을 포함해 200여명이 사망한 규모 7.1의 멕시코 대지진 당시 잔해 속에서 인명을 구조해 온라인에서 '영웅견' 칭호를 받기도 했다.

아토스는 과테말라 화산 폭발 현장에도 수색에 투입됐다.

아토스 사망 후 케레타로 구조팀은 소셜미디어에서 "아토스는 '찾아!'라는 단어를 들으면 앞에 있는 위험을 생각하지 않고 미지의 환경에 뛰어들었다"며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봉사한 우리의 충실한 파트너였다"고 애도했다.

요크셔 테리어인 탕고는 유순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었다고 한다.

비극적 사건을 겪은 후 고도의 스트레스와 불안,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정서적 치료를 지원했다.

이번 공판 과정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과테말라 소방대원, 공무원, 수의사, 구조견 훈련 전문가 등이 대거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아토스와 탕고의 생전 활약상을 생생히 증언했다.

/연합뉴스